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김윤석 인터뷰

배우 김윤석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명량'(2014), '한산: 용의 출현'(2022)을 마무리 짓는 '노량: 죽음의 바다'(2023)에서 최후의 순간을 맞은 고립된 이순신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담아냈다. 노량해전(1598년 12월 16일/선조 31년 음력 11월 19일) 중 전사한 이순신은 "나의 죽음을 적들에게 알리지 마라"라고 유언을 남겼고,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그 대사. 김윤석은 "최대한 방해되지 않고 끝내려고 하시지 않았느냐는 생각이지 않았겠냐"라며 당시 상황을 짐작해 보고자 했다고.
더군다나 용장(勇將)으로서의 이순신을 그려낸 '명량'의 최민식, 지장(智將)의 면모를 담은 '한산'의 박해일에 이어 마지막 타자로 나선 김윤석은 현장(賢將)으로서의 이순신의 묵직한 돌격을 담담히 그려냈다. 가장 말수가 없기에 표정으로만 전투의 간절함을 담아내야 했던 김윤석이 표현한 이순신 장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바다.

김한민 감독은 '아주 희귀한 배우'라며 김윤석을 칭찬하기도 했다. 김윤석 역시 김한민 감독과의 일화를 언급하며 "시나리오로 러브레터를 보내주셨다. 감독님과 하루 만나서 전체 브리핑을 했다. 모든 페이지를 넘기면서 왜 이 장면을 넣었는지를 쫙 설명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배우로서도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지만, 영화 '미성년'(2019)을 연출하며 감독으로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김윤석. 본인이 느낀 감독 김한민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정말 배짱 좋다. 지긋이 기다리면서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모습을 볼 때, 역시나 저 사람도 대단한 감독 중의 한 사람이구나. 화살을 쏘는 모양부터 하나하나 차분히 이야기하는 과정을 볼 때, 압박이 오지 않나. 촬영 일수에 대한 압박. 그것을 버텨내면서 이뤄내는 것은 가장 중요한 능력 중에 하나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노량 해전에서 전사한 이순신의 마지막을 표현하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느냐는 물음에 김윤석은 "'노량'에서의 이순신 배역은 워낙에 말수가 적고 감정을 겉으로 절대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다. 현장이 힘들고 즐겁기도 했지만, 이전의 영화처럼 담소를 나누던 분위기는 아니었다. 비장한 장면이 연속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나의 죽음을 적들에게 알리지 마라" 이순신의 마지막은 전 국민이 다 알고, 그만큼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김윤석은 "영화 '1987'을 할 때도, '탁 치니까 억하는'이라는 대사를 내가 하다니라는 생각했다. 이순신 장군의 유언을 내가 해서 마음이 이상했다. 과연 장군님이라면 어떠셨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짐작하건대 최대한 방해되지 않고 끝내려고 하시지 않았느냐는 생각이다. 아군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고 정확하고 짧게 전달하려고"라고 고민했던 지점을 털어놨다.
이어 촬영하면서 코피가 나기도 했다고. "갑옷은 꽉꽉 쪼아야 한다. 혈액순환을 방해한 것이다. 투구까지 묶으니까. 혈압이 오르더라. 명군 갑옷이 제일 가볍고 제일 무거운 갑옷은 왜군이다. 내 갑옷도 20kg가량 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역사적 인물 이순신을 연기하면서 혹시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변화한 지점이 있느냐는 물음에 김윤석은 다시금 성웅(聖雄) 이순신에게 존경심을 표했다. 김윤석은 "막연하게 이순신 장군이 부국의 횃불이고 민족의 영웅인 것은 알지만 자세히는 모르지 않았나. 노량 해전도 그런 전쟁인 줄 몰랐다. 7년 임진왜란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는데, 이분은 초인에 가까운 사람이구나.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버텨낸 사람이구나. 어쩜 저렇게 외로운 상황에서도 저렇게 하셨을까. 적들에게 모함받고 만든 것이 아니라 아군들에게도 질시를 받는 것을 다 견뎌냈다는 것은 초인 같은 정신력 같다"라고 말했다.
1,761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명량', 726만명의 관객을 기록한 '한산: 용의 출현'의 흥행으로, 어쩌면 기대하는 관객 수가 높아진 상황. 부담감이 없다면 솔직하게 거짓말이라고 털어놓은 김윤석은 "한국 영화 최고 신기록을 깨는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참여했던 모든 사람에게 보람을 느낄 수 있을 만큼의 흥행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11월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곧 천만을 앞두고, '노량'이 그다음 타자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몰리고 있다. 김윤석은 차분하게 "좋은 영화에 관객이 몰리고, 잘 만든 영화를 관객들은 선택한다. 좋은 영화에 관객들이 외면당하면 가슴이 아프다. '서울의 봄'의 바통을 이어받아서 연말부터 새해의 장을 확 열어주면 한국 콘텐츠의 힘이 살아나지 않을까. 참된 시작을 위해서 올바른 끝맺음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이다"라고 힘을 주어 답변했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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