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 보스톤' 별몇개 리뷰
오는 27일 개봉
오는 27일 개봉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개봉 전 먼저 본 영화의 별점을 매깁니다. 영화표 예매 전 꼭 확인하세요.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1947 보스톤' 별몇개? = ★★★☆
일제 강점기 1936년. 손기정은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다. 금메달을 걸고 월계관을 썼지만 손기정의 얼굴에선 조금의 기쁨도 찾을 수 없다. 울려 퍼진 기미가요가 귀를 후비고, 가슴팍의 일장기가 심장을 짓누른 탓이었다.
손기정은 월계수 화분으로 유니폼의 일장기를 가렸다는 이유로 다시는 육상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야 했다. 마라톤 세계 기록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두 다리마저 묶여 버린 것이다.


2시간25분39초 세계 신기록. 이 값진 결과는 손기정의 것과는 달랐다. 코리아(KOREA)의 스포츠 국제대회 최초 출전이었으며, 첫 우승이었다. 가장 높은 단상에 올라선 서윤복은 우리 국가를 부르며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쉬리'(1999)로 한국 영화 신기원을 열고, '태극기 휘날리며'(2004)로 우리 영화의 격을 높인 강제규 감독은 '1947' 보스톤'에서는 선택과 집중의 미덕을 보여준다. 강 감독이 108분의 서사에서 선택한 것은 42.195km의 마라톤이고, 집중한 것은 달리는 서윤복 안에 숨 쉬는 역사와 조국이었다.
마라톤 신은 대략 4-5개의 시퀀스로 구성돼 늘어지지 않고 긴장감이 유지됐다. 초반 남승룡이 서윤복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하며 앞에서 뛰어주는 모습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제 의식을 머금었다. 체지방 6%의 밀도 높은 몸으로 달리는 서윤복은 오로지 결승선만을 향하는 눈빛만으로 마라토너의 기개를 뿜어냈다.

또, 넘어졌던 서윤복이 다시 일어나 달리는 순간부터 그가 결승선을 끊어낼 때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출력은 과연 강제규 감독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외부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서윤복 내면의 숨소리만으로 채워진 몇 초는 관객들로 하여금 실제 경기 현장에 있는 듯 가슴 벅찬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음주운전의 과오를 차치하고 바라본 배성우는 마라토너 3인방 중 하나인 남승룡을 균형감 있게 연기한다. 하정우, 임시완과 삼각편대 속 제 역할을 해냈다.

6일로 예정된 추석 연휴, '1947 보스톤'은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하는 극장 나들이에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경쟁작으로는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천박사: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이 있다.
27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8분.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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