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없는 1인가구 이야기 담은 '혼자 사는 사람들'
공승연, '건조한 인물' 탁월한 표현력
첫 장편 주연작으로 '배우상' 수상
공승연, '건조한 인물' 탁월한 표현력
첫 장편 주연작으로 '배우상' 수상

카드회사 콜센터에 다니는 진아(공승연 분). 그에겐 혼자 하는 생활이 편하고 익숙하다. 혼자 살고 있고 회사에서도 동료들과 교류하지 않는다. 매달 팀 실적 1위를 놓치지 않는 진아에게 팀장은 일주일간 신입인 수진(정다은 분)의 교육을 맡긴다.
누군가를 맡아야 한다는 사실이 번거롭지만 시키는 일을 어쩌겠는가. 수진은 진아와 달리 살갑다. 사수라고 커피도 챙기고 점심을 같이 먹고 싶다며 진아를 따라가기도 한다. 하지만 진아는 같이 들어간 식당에서 따로 앉아 먹을 정도로 배타적이다. 후배 교육도 성가신데 집안일로도 속이 시끄럽다. 얼마 전 모친상을 치렀는데, 17년 전 바람나서 집을 나갔던 아버지는 최근에 돌아와 엄마와 함께 살며 엄마의 임종까지 지켰다. 진아는 친근하게 구는 아버지가 껄끄럽다. 그러던 어느 날 진아의 옆집에 고독사 사건이 발생하고, 그 집에 새로운 이웃 성훈(서현우 분)이 이사 온다.

진아는 일할 때마저 콜센터 직원이라 헤드폰을 끼고 있다. '극한 감정 노동'으로 꼽히는 콜센터 상담일을 감정 없이 능숙히 일을 해내는 진아의 모습이 대단하면서도 안쓰럽게 느껴진다. '죄송하다'는 말이 기계적으로 튀어나오는 베테랑 진아와 '죄송하지 않아서 죄송하다고 못하겠다'는 사회초년생 수진의 모습이 대비된다. 현실과 타협한 진아와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는 수진. 진아가 '자의적 고립'을 선택한 것도, 수진에게 진심 없이 '죄송하다'는 말을 하게 하는 것도 결국 우리 사회가 종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공승연의 연기는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건조하고 무감정한 진아이기에 눈빛과 분위기로 전하는 감정이 중요하다. 쌓여왔던 진아의 외로움과 분노가 표출될 때는 폭발적인 감정 연기가 필요하다. 공승연은 이 모든 걸 자연스럽게 표현해냈고, 진아의 감정 변화를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공승연은 첫 장편 주연작인 이 영화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배우상을 받았다. 연기로 수상이 처음이었다. 상이 아깝지 않은 연기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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