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전도연이 처음 등장하는 건 영화 중반부에나 가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도연의 존재감만으로 다한 작품이다. 전도연이 연기한 연희는 사람들의 헛된 희망을 이용해 큰 판을 짜는 인물. 연희는 거액이 든 돈가방으로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 계획을 세운다. 그는 잔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담담하고, 순수한 얼굴을 하면서도 섬뜩함을 자아낸다. 또한 나긋나긋한 말투와 세련된 패션으로 관능적이고 비밀스러운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전도연의 카리스마와 아우라는 가히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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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 이슈] '암흑기' 극장가 빛이 돼준 '올해의 영화배우 5'](https://img.tenasia.co.kr/photo/202012/BF.24654484.1.jpg)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킬러 레이 역의 이정재는 아주 동물적이다. 오로지 타깃을 죽이겠다는 본능에 충실한다. 이정재는 섬뜩하고 살기 어린 눈빛과 서늘한 분위기, 그리고 화이트톤의 패션, 온몸을 뒤덮는 타투로 킬러 캐릭터의 잔혹함을 심화시키며 스크린을 장악하는 강렬함을 남겼다. 그는 파격적인 변신에도 제 옷을 입은 듯한 뛰어난 소화력을 보여줬다. 이정재가 이 영화에서 선보이는 액션은 거칠고 무자비하고 싸늘하다. 그의 액션은 하드보일드 액션이라는 장르적 쾌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건강하고 화려한 이미지의 김혜수는 '내가 죽던 날'를 통해 마음속에 지닌 연약함과 슬픔을 꺼내놓았다. 극 중 현수는 완벽한 줄 알았던 자신의 인생이 실은 그렇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극한의 고통을 느낀다. 김혜수는 이런 현수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드러냈다. 극 중 현수가 자신이 죽어있는 모습을 보는 악몽을 계속 꾼다는 대목은 실제로 김혜수가 겪은 일. 자신의 상처를 캐릭터에 녹여낸다는 것, 그리고 대중들에게 그 아픔을 내보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터. 그렇기에 김혜수가 이 영화를 통해 건네는 위로가 더욱 진정성 있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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