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진, '꼰대인턴'서 가열찬 부장 役
데뷔 15년차 박해진 "슬럼프 있었지만 혼자 감당해냈다"
박해진 "결혼 전까지 독립 생각 없어"
데뷔 15년차 박해진 "슬럼프 있었지만 혼자 감당해냈다"
박해진 "결혼 전까지 독립 생각 없어"

배우 박해진이 서울 신사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에 종영 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꼰대인턴’은 가까스로 들어간 회사를 이직하게 만들었던 최악의 꼰대 부장을 부하직원으로 맞게 된 남자의 지질하면서도 통쾌한 복수극이자, 시니어 인턴의 잔혹한 일터 사수기를 담은 작품이다.
극 중 박해진은 구 '옹골' 라면사업부 마케팅영업팀 인턴이자 현 '준수식품' 마케팅영업본부 마케팅영업팀 팀장인 가열찬 부장 역을 맡아 열연했다. 과거 인턴시절 팀의 부장이었던 이만식(김응수 분)에게 온갖 괴롭힘을 받고 퇴사한 뒤 그를 잊고 살았지만, 자신이 부장으로 있는 팀에서 이만식을 부하직원으로 다시 만나게 되며 의외의 브로맨스를 만들어내 웃음을 자아냈다.
박해진은 같이 호흡을 맞춘 김응수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김응수 선배님과 나이터울이 많음에도 이질감이 없었다. 맞춰 나간다기 보다 그냥 잘 맞았다. 보통 촬영할 때 장면에 대해 상의를 한다거나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인데, 김응수 선배님과는 대사만 맞춰보고도 바로 들어갈 정도였다”고 밝혔다.
‘꼰대인턴’ 출연을 결심한 이유도 김응수 때문이었다는 박해진. 그는 “이만식 역할에 김응수 선배님이 이미 캐스팅 되어있는 상태였다. 이 캐릭터를 김응수라는 배우가 한다면 내가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박해진은 역할을 위해 망가짐도 불사했다. 1회에서 인도라면 CF 장면에 등장해 앙증맞은 춤과 분장들로 큰 웃음을 선사한 것. 박해진은 “처음 댄스 동영상을 받았을 때 당황스럽고 부담이 되긴 했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도 될까 하는 반응에 대한 우려였다”면서도 “이왕 할 거면 확실하게 살리고 싶어서 안무도 배우며 준비를 많이 했다. 분장팀에 수염도 직접 부탁했다. 찍으면서도 잘 나올까 걱정이 많았는데, 촬영팀과 CG팀이 필요 이상으로 잘 만들어줬다. 방송을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새로움이나 도전을 중요시 여기는 건지 묻자 박해진은 고개를 가로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연기 변신을 위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아요. 이번에 코미디를 했다고 해서 다음에 코미디를 안 하지는 않을 겁니다.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있어요.”

본인은 꼰대성을 발견한 순간이 있냐고 묻자 박해진은 “꼰대 경계에 있는 지점이 있다”며 “이야기를 설명하는데 ‘우리 때만 해도’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차마 입 밖으로 내지는 못하고 ‘옛날에는 더 힘들었다더라’ 정도로 말한다”며 웃었다.
“저는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꼰대 혹은 상사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의견 차이 정도는 언제든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아직 이만식, 가열찬 같은 꼰대를 본 적은 없는 것 같네요. 하하”

2월에 촬영을 시작한 ‘꼰대인턴’은 코로나 19라는 복병과 싸우며 힘들게 일정을 완주했다. 박해진은 "촬영 초반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촬영 장소가 취소되는 등 고생이 많았다"며 “촬영할 수 있는 부분들을 쪼개고 쪼갰다. 열 체크와 소독도 다 했고, MBC 내부에서 진행한 장면도 많았다. 최대한 서로서로 조심하면서 찍었는데, 다행히 모두 건강하게 촬영을 마무리하게 돼 다행스러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시즌2 계획을 묻자 박해진은 “내부적으로는 아직 계획이 없다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12부작이 너무 짧게 느껴졌어요. 저는 16부작에 익숙한 사람이니까요. 뭔가 하다만 느낌이랄까?(웃음) 14부까지 갔으면 인물들 서사도 정리 돼고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박해진은 “예전에는 강박이 심했다. 매일매일 다음날 계획을 세워놓고, 주 단위 계획을 세워놓고, 다음날 입을 옷들을 챙기는 스타일이었다. 운동을 가게 되면 나갈 때 입는 옷. 샤워하고 갈아입을 옷들도 미리 정해 놓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조금씩 내려놓고 비워내고 있는 중”이라며 “예전에는 그런 것들에 의미를 많이 부여했는데 이제는 다 비워내고 싶더라. 나이가 들면서 생긴 변화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꼰대인턴’을 4개월 동안 촬영하면서 신발 두 켤레, 옷은 열 벌 미만으로 돌려 입은 거 같아요. 츄리닝이나 티셔츠도 화장이 묻지 않게 목 부분이 늘어나있는 옷들로 입었죠. 제 자신에 대해 놓지 못하고 있던 강박들을 하나 둘 내려놓기 위해서요.”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고 싶은 의향은 없냐고 묻자 박해진은 “지금은 가족들과 다 같이 산다. 심지어 조카 두 명도 다 데리고 산다”며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나중에 내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그때 독립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이어 “예능은 양날의 검인 것 같다. 나는 겁이 많아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가식적으로 짜내는 건 맞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건 전파낭비다. 시청자들이 제 팬들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며 웃었다.
“평소 요리 하는 걸 좋아해요. 해보고 싶은 음식 레시피 동영상들은 저장해놓기도 하고요. 어머니가 한식을 워낙 잘하셔서 집에서 요리 할 일은 많이 없는데, 가끔 베트남이나 태국 요리, 파스타는 종종 만들어요. 조카들을 위해 탕후루나 수플레를 만들기도 하고요.”

“쉬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죠. 쉬고 있을 때는 더 쉬고 싶고요. 그렇지만 일은 내가 원할 때 언제든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제 일이니까 저를 찾아줄 때 열심히 하려고요.”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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