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대표하는 록페스티벌의 스페셜 게스트. 소녀시대의 2011 섬머 소닉 참가는 차트 순위를 비롯한 일본에서의 성공적 안착 과정 속에서도 눈에 띌만한 것이다. 비슷한 시간에 한쪽에서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다른 한쪽에서는 스웨이드가 공연을 하는 타임 테이블이라니. 9명의 소녀들이 어떤 준비로 그 기대치를 증명할지 궁금했던 건 그래서다. 예상치 못한 변수, 그리고 뿌듯함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그 짧은 시간에 대한 기록.

슬픈 예감은 언제나 들어맞는다. 소위 명당이라 할 수 있는 앞에서 두 번째 펜스 부근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다. 차라리 여유 있게 보려고 몰린 지역 조금 뒤에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들조차 스태프들의 요청 때문에 앞으로 바짝 당겨 서야 했다. 뒤에서 계속해서 들어오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차곡차곡 틈새 없이 채워졌고, 시간도 차곡차곡 쌓이며 공연시간인 9시 정각을 향해 갔다. 그리고 9시, 하지만 소녀시대를 보기까지는 15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했다. 공연 시작이 늦은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헤드라이너 급을 비롯해 대부분의 팀들이 10분 이상 늦지 않았던 걸 떠올리면 소녀시대의 등장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빽빽하게 들어차 제자리에 앉아 잠시 쉬기도 어려운 백퍼센트 스탠딩 공연이라면 더더욱.
퍼포먼스부터 실수까지 소녀시대답게

결코 일어나서는 안됐을 마지막 곡에서의 MR 중단 사고가 결과론적으로는 소녀시대의 이런 태도를 다시 한 번 증명한 건 그래서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수이고, 사운드 담당자가 누구이건 그에 대한 불만과 원성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책임져야 하는 건 무대 위의 그들이다. 티파니는 관객에게 애교를 부렸고, 멤버들은 스스로 ‘원 모어 타임’을 외치며 분위기를 수습하려 했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엄밀한 의미에서의 리부트는 불가능하다. 시비할 수 없는 퍼포먼스로 실수의 기억을 최대한 덮는 것만이 가능하다. 그리고 소녀시대는 다시 자리를 잡고 똑같은 반주에 맞춰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흔들리지 않고 노래와 안무를 끝까지 소화했다. 관객 중 누구는 기다려줬고, 누군가는 나갔다. 하여 성공적이라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최선의 방향을 향해 9명의 멤버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는 것은 복기할만하다. 실수하지 않는 것만큼 중요한 게 무엇인지 소녀들은 알았고 또한 실천했다. 그 경험을 하필 섬머 소닉에서 했다는 것만큼은 두고두고 아쉬울 일이지만.
사진제공. 2011 섬머 소닉
글. 위근우 기자 eight@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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