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의 앨범 < Agaetis Byrjun >이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자궁 속에 있는 생명체를 재킷으로 사용한 것처럼, 그들은 자궁으로부터 세상에 나오는 생명체의 고통과 그 뒤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환희의 과정을 전개한다. 그들이 한 때 마니악한 밴드였고, 지금은 솔로 활동을 시작한 보컬리스트 욘시가 애니메이션 의 OST에 참여할 만큼 인기를 얻게 된 건 예정된 수순이었을 것이다. 곡의 제목조차 붙이지 않은 앨범 을 낼만큼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음악으로 보여준 이 공감각적 밴드는 그만큼 대중과 거리가 있었지만, 그들의 음악에서 무엇을 체험한 사람들은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시규어로스에 관한 두 편의 작품, < We endless play >와 < Go quiet >은 그런 체험을 위한 안내서다. 시규어로스가 2008년 발매한 < Med Sud I Eyrum Vid Spilum Endalaust >(귓가에 남은 잔향 속에서 우리는 끝없이 연주한다)의 제작 과정을 기록한 < We endless play >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정작 멤버들의 얼굴은 좀처럼 안 보인다. 대신 그들의 일상이 다양한 이미지로 나열되면서 끊임없이 음악이 이어진다. 그건 시규어로스의 음악을 이렇게 들으라는 설명처럼 보인다. 그리고, 욘시는 < Go quiet >에서 방 안에 홀로 앉아 자신의 솔로 곡들을 부른다. 그러나 시규어로스의 음악을 ‘보았던’ 사람이라면, 욘시가 방 안에서 부르는 노래에서 거대한 환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Go quiet’한 채, 귓가에 남은 잔향 속에서 끝없이 연주하는 그들의 음악을 보아라. 당신은 방 안에서 아이슬란드의 평원을, 우주의 끝에 있는 희망을 만날 수 있다.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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