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곡의 주인은 누구일까
지난해 나온 샤이니의 ‘셜록’은 전 세계의 작곡가들로부터 곡을 수집, 그 중 가장 좋은 결과물을 조합했다. 소녀시대의 ‘I got a boy’는 여러 명의 작곡가가 만들었고, 뮤지컬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보지 않으면 곡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작곡가, A&R(아티스트&레퍼토리의 약자)팀, 안무가, 가수 중 두 곡에서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누구일까.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했던 시절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작곡가, 또는 싱어송라이터는 중요하다. SM-YG-JYP엔터테인먼트(이하 SM, YG, JYP)는 각각 유영진, 페리와 테디, 박진영 그 자신 등회사가 원하는 방향의 곡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석 프로듀서를 갖추면서 성장했다. 지난 몇 년 사이에도 이트라이브, 용감한 형제, 스윗튠 등 히트 작곡가들이 탄생했다. 하지만 최근 제작에 직접 나선 작곡가들은 다른 회사 소속의 가수들에게 준 곡 만큼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테디는 여전히 YG의 많은 곡에 참여하지만 17팀에 달하는 프로듀서진이 곡을 만들어낸다. 대신 그는 2NE1 같은 팀의 뮤직비디오와 패션 등 모든 영역에 관여한다. 작곡가 한 명, 곡 하나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최근들어 더욱 좁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 자리에는 제작자, 더 나아가 시스템이 자리잡는다.
누구나 알지만 고칠 수 없는 개미지옥이 시작됐다
주류 대중음악산업에 한정하면, 음악은 점점 한 기업의 시스템이 다양한 공정을 거쳐 내놓는 결과물처럼 변하고 있다. 작곡가의 창작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창작이 할 수 있는 여지는 지난 몇 년 사이 더욱 줄어들었다. 요즘 데뷔하는 가수나 작곡가는 기획사를 거쳐,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야 데뷔와 성공의 가능성이 그나마 올라간다. SM의 가수들에게도 곡을 준 앤드류 최는 ‘K팝스타’에 출연하기도 했다. ‘강북 멋쟁이’에 어떤 책임이라는 게 정말로 있다면, 이런 현실을 조금도 포장할 수 없을 만큼 인정하도록 만들고, 그 화살이 이런 시장을 꾸준히 강화해 온 기획사에 가도록 했다는데 있다. 좋은 곡이 있던 자리를 기획, 브랜드, 마케팅, 시스템 같은 것들이 대신한다. 그 모든 것들을 갖추고 수많은 작곡가의 곡을 받는 회사들은 TV 예능프로그램까지 시스템의 일부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은 TV 예능 프로그램의 힘에도 밀리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누구나 문제는 알지만 고치기는 어려운 개미지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가장 먼저 괴로울 사람들은 이름을 알리지 못한 창작자들일 것이다. 과연 곡 하나가 그 자체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일은 다시 가능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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