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 입성한 지 7년이나 됐지만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나 ‘네가지’처럼 무대 앞에 나와 캐릭터를 만든 적보다는 선배 변기수의 리액션을 주로 담당했던 ‘오빠’와 ‘까다로운 변 선생’, 후배 박영진과 김영희를 돋보이게 해 준 ‘두 분 토론’처럼 누군가의 뒤에서 받쳐주는 소위 ‘니쥬’ 역할을 많이 했던 게 사실이다. 한 때는 “혹시 내가 뒤에서 받아주는 역할이 더 잘 맞는 건가, 개그맨 말고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코너가 잘 되는 게 최우선이니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얘기한다.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실제인지 모르는 코너의 특성상 ‘혹시 진짜 인기 없는 이미지로 비춰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들 법도 하지만 김기열은 오히려 “당연히 연기기 때문에 속상하거나 자존심 상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한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더 사람들이 공감가게 포장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만 해요. 개그맨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웃길 생각부터 해야죠.” ‘네가지’ 내에서 본인의 인기순위를 점칠 때도 단호하긴 마찬가지다. “굳이 순위를 매기고 싶지 않다”면서도 “제가 4위… 아니 4위는 불안하니까 누군지 밝힐 수는 없지만 한 명만 제치고 (3위로) 갈게요”라며 웃었다. 그리고는 한 마디 덧붙인다. “미안하다, 상국아.” 인터뷰할 때도 개그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김기열이 ‘내 마음속의 넘버원 노래들’을 추천해왔다. 각 곡을 추천한 이유에서도 김기열만의 유머가 숨어있으니 꼼꼼히 읽어보길 바란다.

김기열의 첫 번째 추천 곡은 서태지의 ‘Live Wire’다. “누군가 저에게 좋아하는 노래를 뽑아보라고 하면 곡수가 5곡이든 10곡이든 무조건 첫 번째 추천 곡은 서태지의 음악 중에 고를 거예요. 개인적으로 ‘태지느님’의 곡 중에서 ‘Live Wire’를 가장 좋아해요. 언제 들어도 신나잖아요. 특히 차가 막혀서 짜증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랐을 때 들으면 효과 만점입니다. ‘태지느님’의 빠른 컴백을 오천만 국민과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하하.”

“군대에 있을 때 실제로 보아를 한 번 보는 게 소원”이었던 김기열은 보아의 ‘No.1’을 두 번째 추천곡으로 꼽았다. “군 이등병 시절 TV에서 음악 방송을 하는 시간에 내무실 밖에 나가 있는 고참들에게 지금 누가 나오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맡았는데, 그중에서 저는 보아 담당이었어요. 고참들에게 ‘지금 보아 나옵니다!’하고 말씀드리곤 했죠. 당시 저희에게 보아의 1위는 월드컵의 감동과 맞먹을 정도였어요. ‘No.1’ 앙코르 무대가 끝나면 다 같이 일어나서 기립박수도 치고. 개그맨이 된 후에 방송국에서 지나가다가 몇 번 마주쳤는데, 실제로 본 보아의 모습도 노래 제목처럼 넘버원이었어요.”

“M.C. the Max 보컬은 고음과 저음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면서 폭풍 가창력을 뽐내며 한없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수두룩한 눈물샘 자극곡 중에서도 ‘눈물’은 멜로디는 빠른데 가사는 굉장히 슬픈, 특히 노래방에서 불렀을 때 고음이 올라가지 않아서 더 슬픈 곡이에요. (웃음) 언젠가는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꼭 완창하고 싶습니다.” M.C. the Max의 보컬 이수는 지난 4월 26일 발매된 래퍼 이비아의 신곡 피처링에 참여하며 조심스럽게 가요계 복귀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Mnet 출연자들이 발매한 앨범 중에서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것은 아마 버스커 버스커의 앨범이 아니었을까. 김기열 역시 버스커 버스커가 부른 ‘막걸리나’를 “오디션 프로그램 사상 최고의 5분”이라 말했다. “버스커 버스커 덕분에 를 한 주도 빼놓지 않고 시청하면서 문자 투표를 했는데, ‘막걸리나’를 듣는 순간 그동안 보낸 내 문자비가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죠. 울랄라 세션도 의심할 여지없이 최고였지만 가장 마지막에 생방송 무대에 합류해서 결승까지 진출한 버스커 버스커도 대단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마음속의 1등은 투개월의 예림 양입니다. 하하.”

김기열은 마지막 추천 곡으로 Johnny Tillotson의 ‘Poetry In Motion’을 꼽으면서도 “왠지 팝송 한 곡 정도는 들어가 줘야 있어 보일 것 같아서 넣은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Poetry In Motion’은 제가 가사까지 외울 정도로 애창곡이에요. 왠지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 침대 위에 누워있는 그런 느낌이에요. 코끼리가 밟고 가도, 애인 아버지가 들이닥쳐도, 옆에서 과학이니 아니니 싸우더라도 푹 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음악입니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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