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100퍼센트] ‘나는 가수다’, 음악이 사라지는 시대를 애도함](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1032914013255739_1.jpg)
음악 리얼리티 쇼의 노래들이 인기를 얻는 건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대중이 오직 음악만 듣고 감동해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한국에서는 MBC 와 SBS 이 폐지됐다. SBS 같은 아이돌 위주의 음악 프로그램도 지난주 시청률이 4~5%대다. 반면 아이돌처럼 춤, 연기, 예능 등을 통해 음악 이외의 것을 줄 수 있는 엔터테이너들이 점차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 아예 인디 뮤지션의 길을 걷겠다고 작정하거나, 서태지 정도의 열광적인 팬덤이 있지 않는 한 뮤지션이 음악만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음악만으로는 인기 리얼리티 쇼의 힘을 넘어서기가 불가능해지고 있는 셈이다.
달라지고 있는 음악산업의 정의
![[강명석의 100퍼센트] ‘나는 가수다’, 음악이 사라지는 시대를 애도함](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1032914013255739_3.jpg)
‘나는 가수다’는 가진 게 음악밖에 없는 가수들이 음악만으로는 활동할 수 없는 시대의 산물이다. 가수들은 리얼리티 쇼에 출연해 대중에게 접근할 수 있는 무대를 얻었다. 대신 온갖 논란에 시달리고, 스트레스로 눈의 실핏줄이 터지는 모습까지 보여줘야 하는 새로운 환경을 견뎌내야 한다. 여전히 그들의 음악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음악팬은 마음이 아프다. 반면 음악을 다른 엔터테인먼트의 일부로 소비하는 데 익숙해진 대중은 ‘나는 가수다’를 통해 그들의 노래를 새롭게 인식하고, 음원을 듣는다.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음악 소비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고 있고, 그에 대한 각자의 음악 소비 방식이 있을 뿐이다. 가수들이 적극적으로 음반을 사고 공연을 보던 소비자만으로도 충분하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대신 가수들은 잠재적인 음악 소비자들 앞에 나서야 하고, 이 새로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활동해야 한다. ‘나는 가수다’는 한국 음악 산업의 정의 자체가 변하거나, 실질적으로 사라질 수도 있는 시대로 가는 과도기의 산물이다.
한 시대가 이렇게 저물고 있다
![[강명석의 100퍼센트] ‘나는 가수다’, 음악이 사라지는 시대를 애도함](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1032914013255739_2.jpg)
지금의 음악 소비자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필요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싼 가격으로, 또는 공짜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음악 외에도 즐길 게 너무 많은 시대에 ‘진짜 음악’을 들으라며 음반 구입이나 공연 관람을 권할 수는 없다. 또한 달라진 시장의 요구는 그에 걸맞는 가수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리얼리티 쇼의 무대에 어울리는 가수들이 등장할 수도 있고, ‘나는 가수다’ 같은 리얼리티 쇼에 어울리도록 여러 장르를 두루 잘 할 수 있는 가수가 데뷔할 수도 있다. 언제 어느 때건 음악은 존재하고, 대중음악은 대중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른다. 음악은 여전히 만들어질 것이다. 다만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어떤 음악들, 그 음악들을 만들던 뮤지션들이 사라질 뿐이다. 한 시대가 그렇게 사라지고 있다. 어쩌면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 시대의 음악들을 열심히 모아 놓는 것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이 음악들이 고귀하나 다가서기 어려운 ‘클래식’ 취급을 받기 전에. 비디오 스타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고, 리얼리티 쇼의 스타가 비디오 스타를 죽였다. 그리고 이젠 우리가 음악이라고 알고 있던 무엇이 죽을 차례일지도 모르겠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글. 강명석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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