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은 화보 촬영장인데, 저는 동네 사진관 같아요!” 욕심이 많은 것이 약점이자 강점이라는 노영학은 사진 촬영에서부터 귀여운 질투심을 드러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 블랙으로 차려입은 최우식이 등장할 때 한 번 “우와!”를 외치고, 형이 촬영하는 모습을 보는 내내 “멋있다. 부럽다!”며 눈을 떼지 못한다. 멋진 의상을 입고서도 분위기 잡는 것이 어색한지 일부러 장난스런 포즈를 취하며 철없는 귀동 도령인 양 굴던 최우식은 노영학과 나란히 서게 되자 다리를 넓게 벌려 키 차이를 줄여주는 속 깊은 형 노릇을 톡톡히 한다.
노영학과 최우식, 부지런한 개미와 여유로운 베짱이
같은 작품에 출연했다는 것 외에는 공통분모가 전혀 없음에도 둘과의 만남이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도 전혀 상반된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다. 사실 노영학과 최우식의 성격은 극과 극, 각각 부지런한 개미와 여유로운 베짱이에 가깝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를 따라 연기를 시작한 노영학은 무려 4년 간 보조출연자로 활동한 후 단역과 조연을 거쳤고, 어렵사리 한 어린이 드라마의 주인공 자리를 따내기도 했지만 촬영 이틀 전 캐스팅 번복을 통보받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아직도 저에겐 트라우마로 남아 있어요.” 하지만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들었던 상처마저 “내 외모가 부족하면 연기를 더 열심히 잘 해야겠다”는 동력으로 바꾼 노영학은 SBS , MBC , SBS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고 MBC 에서는 어린 병사 찬식 역을 맡아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남들에게 ‘야, 실망이다’란 말을 듣는 게 제일 싫었던” 열아홉 소년은 에서 “귀동이에 비해 조금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천둥이를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싶어 감독님이 오케이하셔도 한번만 더 찍고 싶다고 조르는” 집념으로 한겨울 촬영장을 뒹굴었다. “촬영이 끝나고 김운경 작가님의 를 찾아봤더니, 정말 단 한 마디 대사도 그냥 쓰신 게 없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에서 그 의미 하나하나를 다 찾아내 연기하지 못했어요. 그게 너무 죄송해요.” 남들의 칭찬은 반사하고 스스로 아쉬운 부분을 찾아내 몰두하는 소년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너무 다른 귀동이와 천둥이가 다시 만나는 날까지


“아무리 원수지간이라도 한 작품을 찍고 나면 끈끈한 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 거 생각하면 섭섭해요. 앗, 섭섭…한 게 아니라, 그러니까 아쉬워요!”(최우식) 비록 조금은 서툰 한국어일지라도, 자신의 첫 작품을 함께했던 동생과의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은 형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데 아직 어느 대학에 갈 지 안 정했어요. 그런데 우식이 형이 자기가 다니는 중앙대로 오래요. 학교에 ‘짝패 조직’ 하나 만들자면서. 하하하.”(노영학) “영학이가 칼을 들면 전 똥을 묻히고 여장하려고요. 으하하하.”(최우식)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이런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짝패’가 탄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이나 반갑다. 귀동이와 천둥이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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