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봉황의 뜻을 미처 몰랐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김소희 선생님께서 상한 음식을 드셨던 건 단순히 버려지는 음식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몸이 악기인 제자를 위해, 어떠한 최악의 상황이든 극복해낼 수 있도록 단련시키고자 솔선수범을 하신 것이라지요? 아무리 물이 설고 맞지 않는 음식을 먹게 되더라도 탈이 나지 않게, 언제 어디에 가서든 소리를 제대로 잘 낼 수 있게 제자를 미리 훈련 시켜놓으셨던 거였어요. 그리고 선생님의 혹독한 가르침을 고까워하지 않고 잘 따라준 제자는 어떤 극한의 처지에 놓이든 결코 흔들지 않는 몸과 마음을 지닐 수 있게 된 것이고요. 그런데 이야기를 채 듣기도 전에 ‘궁상’ 운운부터 했으니 얼마나 면목 없는 일인지요. 그래요, 제가 나이만 헛먹었지 이리 어리석습니다. 하기야 참새가 봉황의 깊은 뜻을 어찌 알겠습니까.
존경하는 스승이 없었던 이유
며칠 전 안타깝게도 법정 스님께서 타계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법정 스님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자니 스님과 김소희 선생님은 참으로 많이 닮은 분들이시더군요. 일생동안 무소유를 실천하시며 후학들을 위해 소리 소문 없이 장학금을 내놓으신 점하며,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려 애쓰신 점하며, 거의 흡사한 길을 쭉 걸어오셨더라고요. 어리석은 저는 이제 그 많은 가르침 중에 우선 한 가지만 받아 가슴에 아로새기려 합니다. 두 분 모두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남의 도움을 일체 받지 않으려고 애쓰셨다 들었어요. 성낸다는 뜻의 怒(노)는 마음 心(심)위에 노예 奴(노)자가 얹힌 글자라잖아요. 누군가를 부리려다 보면, 누군가의 도움을 자꾸 얻으려다보면 상대방이 노하기 마련이라는 얘기일 거예요. 저도 두 분처럼 무상보시는 실천 못할지언정 오정해 씨가 한참 수련하셨을 때처럼 내 일신상의 일은 반드시 내 손으로 해결하는 기본 수칙부터 지켜보려고요. 오정해 씨도 선생님의 ‘소리꾼 중에서 교수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대로 교단에 서게 되셨으니 소리 말고도 선생님의 깊고 넓은 가르침을 알리기에 최선을 다해주실 거죠? 어째 오정해 씨가 한 스승 아래의 동문이라도 된 양 가깝게 느껴지는군요.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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