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미영 시나리오 작가]
‘옥자’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옥자’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시골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라 차표 파는 아가씨와 실갱이하네~ 아 이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딨어~ 아 깎아달라 졸라대니 원 이런 변일세~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린 시절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된 코미디언 서영춘 아저씨가 참 맛깔나게 부르던 ‘서울구경’이란 노래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소녀임에도 이 노래를 들을 때는 시골뜨기 소녀로 감정 몰입해서 목청 높여 따라 불렀다.

모처럼 서울에 왔다. ‘옥자’는 산골 소녀 미자를 서울로, 뉴욕으로 오게 한 것 뿐 아니라 약속 없이는 연례행사처럼 1년에 꼭 한 번 상수동의 단골 헤어샵에 퍼머하러 올 뿐인 필자를 불러들였다. 강산이 바뀐다는 10년을 훌쩍 넘기고 찾아온 대한극장은 필자의 변함없는 헤어스타일 만큼이나 참 변함이 없었다.

‘영자’, 다섯 살 터울의 여동생은 언니인 필자를 이렇게 부른다. 박미영이라는 이름에서 ‘영’과 친근하면서 코믹한 ‘자’를 추출해서 붙인 흔한 작명이다. 청자보다 화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별명인지라 막내 동생은 앞으로도 그만둘 낌새는 없다. ‘옥자’의 주인공인 ‘자시스터즈’ 옥자와 미자의 이름은 관객을 끌어당긴다. 한껏 촌스럽지만 순박하고 정겨운 이름들로.

옥자와 미자는 자매와도 같다. 돌림자를 쓰고, 옥자의 커다란 입 속으로 미자가 몸을 밀어 넣어 양치를 해주고, 육중한 옥자의 품에서 미자는 쌔근쌔근 잠이 든다. 그리고 마치 하나의 심장을 가진 샴쌍둥이처럼 서로를 위해서는 그 어떤 위험에도 망설임 없이 뛰어든다. 그들은 틸다 스윈튼이 1인 2역으로 분한 루시와 낸시 쌍둥이보다 각별하고 더 애틋하다.

‘옥자’는 다른 영화보다 봉준호 감독 자신의 영화가 더 많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동어반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나온 길에서 마주한 것들이 모퉁이를 돌아서 새롭게 펼쳐지는 느낌이랄까. 아직 옥자를 안 본 미지의 관객들은 크게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참, 쿠키영상이 있다. 자막이 완전히 올라가면 시작된다. 쿠키영상까지 온전하게 봐야만 완벽하게 옥자를 누릴 수 있으니 꼭 참고하시기를.

영화에서 미자는 옥자의 커다란 귀에 대고 귓속말을 종종 한다. 그 대화는 관객의 귀에 닿지 않지만 마음에는 닿는 듯 서울을 벗어난 필자의 마음을 여전히 휘감았다. 서울구경은 시간에 쫓겨 제대로 못했지만, 봉준호 감독의 신작 구경은 제대로 하고 내려온 듯하다.

[작가 박미영은 영화 ‘하루’ ‘빙우’ ‘허브’의 시나리오, 연극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의 극본,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의 동화를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스토리텔링 입문 강사와 영화진흥위원회의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박미영 시나리오 작가 pres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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