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 20주년을 기념해 최근 발표된 컴필레이션 앨범 ‘인디 20’은 그래서 묵직하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황신혜 밴드, 이장혁 등 1세대부터 갤럭시 익스프레스, 장기하와 얼굴들, 피아, 트랜스픽션, 요조, 최고은 등 인디 신을 대표하는 20여 팀이 참여했다. ‘처음엔 다 낯설었었지, 모든 게 이상해보였어, 때로는 이해 할 수 없지만, 모든 게 그래 처음이었지, 마치 지금처럼’(갤럭시 익스프레스 ‘다시 처음으로’)라는 가사처럼 모든 게 이상했지만, 그 모든 것이 새로운 음악을 만나는 소중한 창구가 돼줬다.

김 대표가 ‘인디 20’을 기획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죠. 작년부터 뮤지션들을 섭외해 준비를 시작했어요. 방향은 신구 뮤지션들을 골고루 섞어서 다양한 장르를 담고 싶었어요. 인디 신이 지난 20년 동안 성장한 모습을 이 앨범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뮤지션들은 자신들의 스무 살 생일을 축하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박종현 군이 ‘인디 20주년은 우리가 자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어요.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20주년을 지켜봐온 선배들은 물론이고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최고은과 같은 동생 라인들까지 무척 뿌듯해했어요.”

인디 신 초기의 중요한 공연으로 회자되는 ‘록닭의 울음소리’의 홍보를 맡다가 드럭의 이석문 대표를 만나게 된다. 연세대 대극장에서 이틀 동안 한 ‘록닭의 울음소리’가 대박이 나자 이석문 대표가 러브콜을 했고, 이후 드럭레코드에 들어가 크라잉넛 등과 함께 일하게 된다.
김영도 재머스 대표가 기획한 ‘록닭의 울음소리’에는 크래쉬, 자우림, 크라잉넛, 힙포켓, 아무밴드, 고스락, 악마야, 청년단체 등이 무대에 올랐고, 이틀 동안 1500명의 관객이 몰렸다. “사실 돈을 벌려고 했으면 다른 일을 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쪽 동네 일이 정말 재밌었죠. 그래서 푹 빠져들었어요. 불모지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좋았어요.”
김웅 대표는 크라잉넛 외에 레이지본, 18크럭, 새봄에 핀 딸기꽃, 쟈니로얄 등 여러 밴드들과 일했다. 이석문 대표에게서 드럭레코드 대표 자리를 물려받은 이후에는 크라잉넛과 동고동락했고, 크라잉넛이 군대 간 사이에는 델리 스파이스와 일하며 ‘고백’이 히트하는데 일조했다.
가장 짜릿한 순간은 현장에서 느꼈다. “전기에 감전된 것 같은 짜릿한 때가 있었어요. ‘록닭의 울음소리’, 크라잉넛 데뷔 15주년 콘서트 등이 성공했을 때가 그랬죠.”
김웅 대표는 1997년경 자신이 맡았던 마루의 기획공연이 매진됐을 때를 잊지 못한다. 마루의 대학로 라이브홀 공연을 추진했지만 300만원 정도 되는 대관비가 없었다. 당시 대학로 라이브홀은 신인밴드가 서기 힘든 무대였다. 김웅 대표는 주머니에 있던 20만원 전부를 꺼내 계약금으로 걸었다. 이를 보고 맥랑하다고 여긴 당시 라이브홀의 이종현 대표는 대관을 수락하고 “공연 전까지 돈을 만들어오라”고 했다.
김웅 대표는 그날부터 대학로 마로니에 공연에서 마루를 데리고 매주 공연을 열었다. 팬덤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몇 개월을 공연하자 50명 정도 됐던 마루의 팬클럽이 만 명 가까이 불어났다. 지금처럼 SNS가 없던 시절, 몸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던 때였다. 결국 대학로 라이브홀을 매진시켰다. “정말 기분이 좋았죠. 방송도 한 번 못 탄 무명의 밴드가 그런 식으로 성장을 해나간 거죠. 그땐 그게 가능했어요. 악으로 깡으로 하면 통하던 시절이었죠.” 이러한 수완을 통해 김 대표는 여러 인디 밴드들의 성공을 견인했다. 인디의 방식으로 말이다.

권석정 기자 moribe@
사진제공. 모스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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