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엔터테이너’란 수식어는 비단 연기와 노래 등을 병행하는 아이돌들에게만 붙는 단어는 아니다. SBS ‘못난이 주의보’에서 수사관 차대기 역을 맡은 개그맨 김대희는 개그와 연극, 드라마, 그리고 공연 기획자까지 다양한 영역을 오가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SBS ‘옥탑방 왕세자’에 이어 ‘못난이 주의보’에서 처음으로 고정 배역을 맡으면서 발군의 연기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벌써 세 딸을 둔 딸부잣집의 가장이기도 한 그는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것을 바탕으로 한 걸음씩 더 나가야 할 때 같다”며 웃음짓는다. 1999년 KBS2 ‘개그콘서트’의 출범과 함께 개그맨으로 첫 발을 디딘 후 자신의 영역을 점차 확장시켜 가고 있는 그에게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데 대한 철학을 들어보았다.

Q. SBS ‘못난이 주의보’에서 감초 연기로 주목받고 있는데 캐스팅 배경이 궁금하다.
김대희: 그동안 카메오 출연은 많이 했는데 고정 배역을 맡은 것은 지난해 SBS ‘옥탑방 왕세자’가 처음이었다. 그 때 PD님과 인연이 되서 ‘못난이 주의보’에도 캐스팅됐다. PD님이 별 설명도 없이 그냥 “나와라”라고 해서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 이 전에 카메오 출연을 할 때는 그저 ‘도와주러 온 사람’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함께 하는 멤버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Q. 극이 이제 거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는데 연기가 몸에 많이 익었나.
김대희: 아무리 내가 진지한 걸 잘한다 해도 희극 연기만큼은 아니겠지(웃음). 극중 공 검사가 범인을 쫓다 차에 부딪쳐 쓰러지고 이후 내가 구급차를 부르며 오열하는 장면이 있었다. 촬영하다 감독님 표정을 살펴봤는데 씩 웃고 계시더라. ‘괜찮은데’ 하는 느낌이었다. 방송엔 편집됐는데 이후 다른 대사를 만들어 주시더라. ‘옥탑방 왕세자’를 할 때는 짧고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부담감때문에 오버 연기를 거듭했던 것 같은데 그 때보단 연기가 좀 는 것 같다. 지금은 조금 여유가 생겨 그런지 내 자신이 좀 편안해졌다. 그래도 애드리브에 대한 부담감은 항상 있다.

Q. 연기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김대희: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부터 연극 배우가 꿈이었다. 대학시절 일찍 개그맨으로 데뷔하느라 아직도 졸업은 못했지만(웃음) 학생 때 연극 무대에 서면서 대학로에서 열정만으로 무대에 오르는 선배들을 보면 부러우면서도 현실적으로 계속 그렇게 할 만한 자신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컬트 삼총사의 공연을 보면서 개그맨이 되고 싶어져 1999년 데뷔해 개그콘서트의 시작을 함께 하게 됐다. 무대 위에서 연기로 웃음 줄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

Q.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데 대한 꿈은 항상 있었나보다.
김대희: 정극 연기에 대한 꿈은 늘 가지고 있었다. 2006년 ‘모래 여자’라는 연극으로 무대에 설 기회가 있었는데 일본의 전후 세대를 그린 상당히 심오한 작품이었다. 2시간 반 동안 한번 입을 열면 2~3페이지에 달하는 대사를 읊조려야 할 정도로 대사 내용이 많고, 분위기도 어둠침침하고 무거웠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연출가가 ‘젊은 연출가 상’ 등을 수상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두면서 다시금 정극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Q. 정극 연기 도전 경험이 지금 TV 드라마 연기에도 도움이 되나.
김대희: 대학시절 교수님들에게 배웠던 연기나 연극 무대에서 익힌 지점이 많은 도움이 됐다. 개그맨들은 사실 감초 연기나 웃기는 역할을 많이 해서 한계가 있긴 하다. 나도 실은 진지한 연기 잘하는데… 늘 비슷한 역할이 들어오다보니 아쉽긴 하다.

Q. 다른 분야에 있던 연예인들이 연기를 시작하면 일명 ‘배우병’에 걸린다는 얘기도 있는데(웃음)
김대희: 아.. 배우병은 이전에 영화 ‘유감스러운 도시’에 출연할 때 걸렸었지(웃음) 당시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도 집필하면서 한참 목에 힘이 들어갔던 것 같다.

Q. 연기 외에도 동료 개그맨인 김준호와 연예기획사를 차려 이사와 대표로 활동중이다.
김대희: 주로 준호는 일을 벌이고 나는 수습하는 역할이다. 나는 모험을 싫어하고 준호는 뭔가 새롭게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같이 일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 사실 난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 준호는 넉살이 좋아서 아무데서나 잘 어울린다. 그래서 일을 할 때는 주로 준호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Q. 지난 8월에는 처음으로 해외 개그맨들을 초청해 국제코미디페스티벌도 열었다.

김대희: 준호가 앞장 선 일이라 대단하다고 했다. 이런 종류의 코미디 행사는 이전부터 많이 기획했지만 번번이 좌절됐었다. 아직 첫회라 적자가 많이 났지만 코미디언들이 모였다는 것 자체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앞으로 좀 키워가고 싶기도 하고… 방송사 프로그램을 초월해 같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발점이다. 시청률은 사실 방송사 간 싸움이지 개그맨들 간 경쟁은 아니니까. 행사 마지막 즈음에 같이 손잡고 인사하면서 ‘코미디는 하나다’라고 외쳤는데 거기에 감동받았다는 분들이 꽤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코미디페스티벌이 50여개 되는데 그동안 한국에만 없어서 항상 아쉬웠었다.

Q. 개그맨들은 위계질서가 굉장히 엄격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후배들과의 협업을 잘 하는 편인가보다.
김대희: 신인 시절 준호와 약속한 게 있다. 우리가 최고참이 되면 구타나 강압적인 분위기를 없애자는 얘길 많이 했다. 지금은 거의 모두 형 동생처럼 많이 지낸다. 그게 개그를 짜는 데도 훨씬 좋다. 서로 장난치고 놀 듯이 지내는 가운데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기 때문이다.

Q. 개그맨으로 활동할 때와 기획사의 이사직을 수행하는 것 중 어떤 게 더 힘든가.
김대희: 일단 회사 일은 늘 회의에 치여 죽을 것 같다(웃음). 공연 쪽을 총괄하고 있는데 소속 개그맨들을 캐스팅하는 게 가장 어렵다. 공연 투입 인원은 많아야 스무 명인데 발탁되지 못한 이들은 서운함을 가질 수밖에 없으니…. 상상 풀리지 않는 숙제다. 그래도 올해부터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많이 올리려고 노력 중이다.

Q. 지난 7월 ‘개그콘서트’에서 하차했는데 이제 다시 복귀할 계획도 가지고 있나.
김대희: 떠난 지 굉장히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은 든다. 그래도 개그는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니기 때문에 조급하게 생각하진 않고 있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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