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오페라하우스보다 좋아요. 우리나라로 가져가고 싶네요.”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 플래시 포워드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호주 감독 질리안 암스트롱은 심사를 맡은 소감을 말하며 부산 영화의 전당에 대한 찬사를 더했다. 영화의 전당과 오페라하우스의 우위를 따지는 건 부질없는 일이겠지만 6일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BIFF 개막식의 주인공이 레드 카펫 위의 소지섭도, 장동건도, 오다기리 조도 아닌 영화의 전당이라는 공간 자체라는 건...
수 KBS2 밤 11시 15분 불법 다단계에 빠진 대학생들이라는 주제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10년 전, 4년 전에도 사건의 이름만 바꿔 달며 반복되어 온 다단계 사기의 2011년 판 '거마 대학생' 사건을 다루는 의 르포는 딱 예상한 만큼의 화면을 보여준다. 상대의 상황에 맞춰 다양한 포섭 시나리오를 들이미는 중간 관리자, 친구들을 회사에 끌어들이며 스스로 공범이 되어 버리는 대학생들, 빚에 대한 불안과 죄책감, 기약 없는 내일에 대한 ...
첫 회 SBS 월-화 밤 9시 55분 근래 보기 드물게 명쾌하고 매혹적인 첫 회였다. 는 단 1회를 통해 작품의 세계관을 제시하고 운명적으로 얽히는 캐릭터들 간의 관계를 구축했다. '방진'과 '밀지'. 첫 회에 등장한 이 두 가지는 앞으로 이 드라마를 관통할 철학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왕위에 오르고도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상왕 태종(백윤식)에게 눌려 “저는 아무 것도 하지 못 합니다”라고 말 할 수밖에 없는 세종(송중기)은 방진에 몰두한다...
84회 MBC 월-금 저녁 8시 15분 종가라는 공간이 함축하고 있는 한국 가부장제의 역사 이면에는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수난의 역사가 서려있다. 가 신선했던 것은 그 종가에서 남성들을 지우고 그곳을 여성들의 공동체로 재해석했다는 점이었다. 그 여성들은 하나같이 과부, 미혼모, 노처녀, 불륜녀 등 가부장제가 호명한 우울한 명찰을 달고 있었고, 만월당은 그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연대공간이자 안식처로 그려졌다. 하지만 곧 막녀(강부자)를 제외한 만...
1회 화 tvN 오후 10시 10분 “증거 없습니다. 이제부터 찾아야죠.” 모방사건인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는 장철오 부장검사(장현성)의 질문에 대한 민태연 검사(연정훈)의 대답은 OCN 가 다른 수사물과 어떻게 다른지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민태연은 증거를 통해 결론에 이르는 일반적인 방식을 역행해, 죽음에 이르게 된 상황을 먼저 확인한 뒤 증거를 찾는다. 이는 주인공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인 민태연이 범인의 피를 맛보면 죽음 직전의 상...
“우연히 알게 된 디자이너 누님의 소개로 쇼에 섰다. 군대 가기 전에 아르바이트 삼아 한 번 해보라고 해서 했다가 여기까지 왔다. 으허허허. 어렸을 때부터 키가 컸지만 학창시절엔 남 앞에 나서는 걸 되게 싫어하고 울렁증이 있어서 한 번도 제의를 받은 적이 없었다. 모델 할 때는 쇼도, 화보 촬영도 많이 하고 바빴는데 쇼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내 성격이랑 어울리지 않는데 무대에 서면 되게 흥분되는,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사람들의...
KBS 의 신면을 지켜보는 건 아프다. 스스로 손에 피를 묻힌 그가 밉지만 누구에게도 이해받거나 위로받지 못 하는 그가 싫지 않다. 둘도 없는 친구의 등을 치고 사랑하는 여인의 등을 보며 버티고 버티다 끝내 무너지는 얼굴에서, 욕망이라는 경계선 안과 밖의 확연히 다른 온도 차를 한 몸에 안고 있는 안타까운 남자가 보였다. 신면과 어딘가 닮았던, SBS 의 태준도 그랬다. 뜨거운 욕망을 품은 그 선명한 입술이 열등감이나 좌절로 일그러지며 싸늘하게...
1회 tvN 밤 12시 '꽃미남'그리고 캐스팅, (이하, )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제목 안에 다 들어 있다. 카메라는 잘 생긴 배우지망생들의 벗은 상체와 욕조 안 맨몸을 노골적으로 비추고, 아이돌 그룹 멤버들처럼 합숙 생활을 하는 출연자들은 앞으로 tvN에서 방송될 드라마의 배역을 따내기 위해 경쟁한다. 이를 통해 는 꽃미남들의 비주얼을 통한 효과와 리얼 버라이어티의 재미, 오디션 프로그램의 긴장감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 하지만...
10회 MBC 저녁 7시 45분 분명, (이하 )의 시선은 범상치 않다. 태평스럽게 생업을 미뤄두고 열애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대부분의 드라마와 달리 이 세계의 인물들은 불안함에 시달리며 좀처럼 안주할 수 없는 현실의 사람들을 닮아있다. 취업에 실패한 진희(백진희)는 물론, 괜찮은 직업을 가진 하선(박하선)조차 학생과 학부모, 동료에게 존중받지 못하며 고된 인생을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은 서러움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얄궂은 위로가 된다. 그...
마지막 회 SBS 목 밤 9시 55분 은설(최강희)은 지헌(지성)에게 최소한 '휠체어 타고 검찰 조사 받으러 가는' 회장만은 안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회에서 이 질문은 다시 한 번 등장한다. 송 여사(김영옥)는 무원(김재중)에게 “어떤 경영인이 될 작정이냐” 묻고, 그는 구습의 답습이 아닌 개혁, 말 그대로 “진짜 세대교체라는 걸” 해보겠다고 다짐한다. 지헌 역시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까 생각”하고 노력하는 “...
목 KBS Joy 밤 12시 10분 아이돌이 부모가 되어 아이를 돌보는 가 시즌 4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아이돌과 아이를 한 화면에 담을 때 느껴지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기운이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도 더 전의 MBC 로부터 지금까지 육아의 과정에서 보여줄 수 있는 예쁘고 애틋한 장면은 이미 거의 다 보았다. 가족사진을 찍고, 무대에 오르는 아이돌의 모습을 아기가 지켜보는 정도의 그림을 반복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
수 KBS1 밤 10시 김인규 사장의 지시로 제작되었다는 것이나,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정율성에 대한 다큐 편성이 미뤄졌다는 사실을 중심으로 의 첫 시리즈 '초대 대통령 이승만' 편을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큐의 공정함이란 편성에서의 균형보다도 프로그램 자체의 관점과 태도에서 드러난다. 이 다큐가 문제라면, 그 관점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다큐는 영어와 미국 자유사상을 접한 이승만이 독립운동의 주요 인사가 되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늘어...
21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최근 는 지루한 돌림노래 같았다. 김승유(박시후)는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끊임없이 수양(김영철)을 제거할 계획을 세웠다. 세령(문채원)은 김승유에 대한 연정과 죄책감, 비정한 아버지에 대한 실망으로 끊임없이 수양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늘 거사는 실패하고 세령은 승법사로, 빙옥관으로 나왔다가 다시 집으로, 궐로 잡혀갔다. 물론 는 아버지와 역사라는 거대한 족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승유와 세령...
화 SBS 밤 11시 15분 붐-특 아카데미는 또 한 번의 분장 쇼를 선보였고, 김조한과 성시경은 듀엣 무대를 꾸몄으며, 이예린은 할머니를 엄마로 알고 살았던 어린 시절을 고백하며 울었다. 이승기의 단독진행을 예고한 예고편마저 없었다면 이게 강호동의 마지막 녹화였다는 사실도 모를 정도로, 언제나와 같은 패턴의 이었다. 강호동의 잠정 은퇴 선언은 갑작스러웠고, 때문에 이 강호동에게 예우를 갖춘 작별인사를 따로 건넬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그러...
온게임넷 밤 10시 의 주인공은 게임이 아니라 장시간 그 게임을 하면서 점차 망가져가는 출연자다. 가벼운 마음으로 기분 좋게 시작했다가 시간이 갈수록 별 것 아닌 것에 짜증내고 흥분하는 모습, 그리고 그 순간 등장하는 안성맞춤 배경음악이나 재기발랄한 자막은 출연자에게 캐릭터를 심어주는 동시에 가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임을 증명해 보인다. 처럼 엉뚱함과 진지함을 동시에 갖춘 웹툰을 그리는 기안84()와 이말년 작가()의 출연이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