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가 사주·신점 콘텐츠를 하나의 흥행 공식처럼 여기며 지나치게 소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점술을 예능적 장치로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출연진의 자극적인 개인사와 격한 리액션을 끌어내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도 늘고 있다. 여기저기 난무하는 무속 소재에 방송가의 '게으른 기획'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디즈니+ '운명전쟁49', SBS '신빨토크쇼' 등 무속인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뿐 아니라 각종 예능에서도 운세·사주·점술 콘텐츠는 익숙한 소재가 됐다. 출연자의 고민 상담이나 운세 확인 등을 이유로 점사를 보는 장면이 반복되며 무속이 하나의 예능 문법처럼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제작진 입장에서 무속은 방송의 재미를 올리는 효율적인 장치다. 무속인과의 상담만으로 출연자의 개인사와 감정 변화를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고 예상치 못한 반응과 눈물, 긴장감까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거에 비해 무속 신앙과 점술 콘텐츠에 관심이 높아진 2030 시청층의 유입과 화제성도 기대할 수 있어 무속은 방송가에서 선호하는 소재로 자리 잡았다.다만 비슷한 형식의 콘텐츠가 잇따르면서 시청자의 피로감은 커지고 있다. 무속 관련 콘텐츠는 매체를 가리지 않고 빠르게 확산 중이다. 202만 구독자를 보유한 웹 예능 '문명특급'은 지난 3월 무속인 노슬비, 이소빈과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데 이어 한 달여 뒤 다시 이소빈을 초대해 방송을 진행했다. 두 콘텐츠 모두 '라이브 중 귀신 등장'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워 시선을 끌었다.관찰 예능에서도 무속은 단골 소재로 자리잡았다. tvN 예능 '
영화 '살목지'(감독 이상민)가 3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역대 한국 공포영화 최고 흥행작인 '장화, 홍련'(감독 김지운)의 기록까지 넘보고 있다. '장화, 홍련'의 누적 관객 수는 약 310만 명. '살목지'가 이 기록을 넘어설 경우 한국 공포영화 흥행사의 새 이정표를 쓰게 된다.눈에 띄는 건 '살목지'의 흥행 방식이다. 한때 극장가는 유명 배우와 대규모 제작비, 화려한 볼거리가 관객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흥행작들은 거대한 스케일보다는 장르에 충실한 재미, 복잡한 해석보다 직관적인 몰입감을 앞세운 작품들이 관객의 선택을 받고 있다.'살목지' 역시 30억 원 규모의 중저예산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막대한 제작비나 스타 캐스팅에 기대기보다 공포 장르 특유의 긴장감과 체험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최근 168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은 '왕과 사는 남자' 역시 초대형 블록버스터급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은 아니었다. 제작비 규모보다 관객이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명확한 재미가 흥행의 핵심 요소로 떠오른 셈이다.이 같은 흐름에는 10~20대 관객의 달라진 감상 방식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관객들은 짧은 시간 안에 핵심을 파악하고 즉각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영화에서도 복잡한 세계관이나 긴 해석을 요구하는 작품보다, 장르적 성격이 분명하고 감정 반응이 빠르게 오는 작품에 더 쉽게 몰입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관람 이후의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젊은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끝내는 데 그치지 않고 SNS에 후기를 공유하거나, 영화 속 분위기를 현실에서 이어가려는 움직임을
드라마 한 편을 진득하게 보기 어려운 시대에 시청자들을 꽉 잡아둔 작품이 있다. 탄탄한 서사와 빠른 전개로 정주행 후기가 쏟아져나오는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 이야기다. 신예 배우들이 중심에 섰지만 공개되자마자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다. 4월 5주차 펀텍스 리포트에 따르면 '기리고' 화제성은 공개 첫 주 대비 70.9% 증가했다. 공개된 지 3일 만인 4월 26일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비영어 쇼 4위에 오른 데 이어, 2주 차에는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물론 필리핀, 이집트, 볼리비아 등 24개국에서 1위에 오르며 글로벌 화제성을 입증했다.'기리고'의 흥행 포인트는 분명하다. 신선함으로 눈길을 끌고 빠른 전개로 시청자를 몰입시킨다. 오컬트 장르에서 많이 쓰이는 부적·굿 등 토속적인 무속신앙을 현대적인 스마트폰 앱과 연결해 새롭다는 인상을 남겼다. 저주가 걸린 앱으로 소원을 빌고 소원이 이뤄지면 24시간 뒤에 죽는다는 직관적인 룰을 1회 만에 명확하게 설명했다.이후 전개에서도 장황한 배경 설명보다 인물의 행동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다. 극 중 햇살(전소니 분)과 방울(노재원 분)이 기리고의 저주를 풀기 위해 영적 세계의 힘을 빌리는 장면과 시원(최주은 분)의 엄마가 무너진 신당 앞에서 딸을 지키기 위해 제사를 지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공포물 특유의 피로감을 일부 덜어낸 점도 눈에 띈다. 잔인한 장면이 종종 나오기는 하지만, CG 대신 배우의 몸을 최대한 활용해 아날로그적인 공포를 보여줬다. 대표적으로 세아(전소영 분)가 귀신에 빙의돼 고개와 팔이 꺾이는 장면은 현대무용 훈련을 바탕으로 직접 소화했다. 배우가 실제 몸짓을 표현하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가 방송 4회 동안 시청률 2%대에 머물고 있다. 박해영 작가 특유의 서사를 두고 혹평과 호평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작품도 회차가 쌓일수록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모자무싸'는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등을 집필한 박해영 작가와 '동백꽃 필 무렵', '웰컴투 삼달리' 등을 연출한 차영훈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여기에 구교환, 고윤정 등 주목받는 배우들이 출연하며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기대작 조건은 충분했다. 그러나 작품 공개 이후 반응은 단순한 호평으로만 흐르지 않고 있다.박해영 작가의 작품 색채는 뚜렷하다. 인간의 고립감과 내면의 결핍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외로운 인물들이 서로의 결핍을 알아보고, 그 관계 속에서 아주 느리게 회복되는 과정을 따라가는 방식이다. 전작들에서 반복됐던 구원 서사 역시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20년째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지 못한 황동만(구교환 분)은 자신의 시나리오에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는 변은아(고윤정 분)를 통해 구원의 가능성을 본다. 결핍 있는 주인공들이 만나 서로를 치유하는 방식은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에서도 익숙하게 볼 수 있었던 박해영식 서사다.다만 이번 작품에서는 결핍을 표현하는 강도가 일부 시청자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황동만은 좀처럼 주변 사람과 어울리지 못한다. 지인이 연출한 영화를 향해 거친 평가를 쏟아내고, 대화에서는 자기 말만 이어간다. 동네 사람들이 잠에서 깨 민원을 넣을 정도로 산에서 자신의 이름을 외
별다른 설명 없이 공개된 영상 하나가 영화 팬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배우 강동원은 춤을 추고, 엄태구는 폭풍 랩을 쏟아낸다. 최근까지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박지현도 발랄한 모습으로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영화 '와일드 씽' 속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의 뮤직비디오다. 영화 홍보용 콘텐츠로 출발했지만, 관객들은 어느새 이 가상의 그룹 세계관에 몰입하고 있다.'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다 하루아침에 해체된 그룹 트라이앵글의 리더 현우(강동원 분)가 20년 만의 재기를 위해 흩어져 있던 멤버들을 다시 모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오정세가 출연하고 '이층의 악당', '해치지 않아'를 연출한 손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와일드 씽'은 줄거리를 앞세우기보다 극 중 그룹의 활동 당시 뮤직비디오를 먼저 공개하는 홍보 방식을 택했다. 예고편보다 뮤직비디오가 먼저 공개된 이례적인 방식이다. 작품의 줄거리보다 트라이앵글이라는 그룹의 존재를 먼저 각인시키며, 관객을 영화보다 세계관으로 먼저 끌어들인 셈이다. 영상은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했다. 뮤직비디오는 업로드 8일 만에 조회수 200만회를 돌파했고, 멤버 소개 영상도 하루 만에 40만회를 넘겼다.'와일드 씽' 배우들은 자칫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퍼포먼스를 여유롭게 소화했다. 평소 예능 노출이 적고 진중한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들이 작정하고 2000년대 아이돌 특유의 시선 처리와 제스처를 해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신선한 재미를 안겼다.180도 달라진 배우들의 모습에 대중도 유쾌하게 반응했다. 뮤직비디오 댓글에는 "콘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