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르세라핌 사쿠라, 카즈하, 그룹 트와이스 유닛 미사모/사진=텐아시아 DB, JY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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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한한령 완화 득보나 했더니…'한일령' 새 복병 등장 [TEN스타필드]
《이민경의 사이렌》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연예 산업에 사이렌을 울리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연예계를 둘러싼 위협과 변화를 알리겠습니다.


한한령이 완화되면서 중국 내 K팝 시장이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엔 '한일령'이라는 새로운 복병이 생겼다. 중국 정부가 일본 국적 아티스트의 공연과 문화 콘텐츠 소비를 전면적으로 제한한 것. 그룹 르세라핌, 트와이스 등 일본인 멤버가 있는 K팝 아티스트가 많아 이들이 "'한한령 완화' 수혜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 = 쏘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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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룹 르세라핌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싱글 1집 'SPAGHETTI'(스파게티) 팬 사인회를 취소했다. 주최 측은 행사 전날인 지난 13일 "불가항력으로 인해 여러 유관부서와의 신중한 논의 끝에 부득이하게 취소를 결정했다"고 알렸다. 구체적인 취소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일본인인 사쿠라, 카즈하가 멤버 구성에 포함돼 활동에 제약이 있었으리란 관측을 내놨다.

지난 6일 상하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인코드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들의 팬 미팅도 행사 당일 "불가항력으로 인해" 취소됐다. 이날 행사에는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2 플래닛'에 출연한 일본인 마사토·센이 출연할 예정이었다. 반면 일본 국적의 멤버가 불참하자 행사를 할 수 있었던 사례도 있다. 그룹 클로즈유어아이즈는 지난 6일 열린 중국 팬 미팅을 일본인 멤버인 켄신 없이 진행했다.
사진=이미지 생성형 AI 나노 바나나 생성 이미지
사진=이미지 생성형 AI 나노 바나나 생성 이미지
국내 4대 대형 기획사에 소속된 그룹 내 일본 국적을 가진 멤버 비율을 계산한 결과, 전체 6명 중 1명(17.1%)이 일본인이다. 일본 현지화 그룹인 니쥬와 넥스지,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트와이스 등을 소속 그룹으로 둔 JYP엔터테인먼트가 4대 엔터 가운데 가장 높은 일본인 멤버 비율(23.5%)이었다. 하이브도 일본 현지화 그룹 앤팀, 아오엔이 소속돼 JYP엔터테인먼트 다음으로 높았다(20.2%). SM엔터테인먼트는 전체 그룹 멤버 중 8.9%, YG엔터테인먼트는 13.2%가 일본 국적이었다.
니쥬/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Sony Music Labels Inc.
니쥬/ 사진 제공=JYP엔터테인먼트, Sony Music Labels Inc.
김지현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본인 멤버 유무에 따라 중국 내 그룹 활동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유연한 멤버 운용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2017년 한한령 이후 중국 내 K팝 제한되면서 오히려 K팝이 2026년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을 수 있다"면서도 "한일령이란 새로운 빗장이 걸렸다"고 봤다.

황지원 iM증권 연구원은 일본인 멤버가 적거나 없는 그룹에는 한일령이 오히려 희소식이라고 봤다. 그는 "지난 11월 한일령이 내려진 이후 일본 아티스트의 공연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연초 공개된 중국 내 해외 아티스트 공연 일정 중 일본 비중이 약 60%에 달했던 만큼, 현 상황에서 K팝이 강력한 대체재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했다.
그룹 르세라핌 사쿠라, 카즈하/사진=텐아시아 DB
그룹 르세라핌 사쿠라, 카즈하/사진=텐아시아 DB
트와이스 미사모/ 사진 제공=JYP
트와이스 미사모/ 사진 제공=JYP
업계 전반적으로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행사에 일본인 멤버를 배제하면 괜찮다곤 하지만, 그룹의 핵심 멤버가 일본 국적을 가져서 이들 없이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룹 르세라핌(사쿠라, 카즈하)과 트와이스(미나, 사나, 모모) 등이 일본인 멤버가 큰 인기를 끄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는 한한령 완화로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어려워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 대표 아티스트인 NCT, NCT 127, 에스파, 라이즈를 비롯해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아티스트인 트와이스, 스트레이 키즈는 모두 일본 국적 멤버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느 정도 지장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K팝은 팀 구성을 포함한 산업 구조가 글로벌화돼 있다. 그러니 이런 변수는 감당할 줄 알아야 한다. 기획사의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우회 전략을 쓰든, 유닛으로 활동시키든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아 보인다. 월드 투어를 돌 때도 멤버의 건강 문제로 완전체가 아닌 상태로 무대에 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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