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영상 캡처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영상 캡처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가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흐름과 관계없는 음주 장면을 내보냈기 때문인데,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이제 시청자 반응은 아예 고려하지 않기로 한 거냐"면서 폐쇄한 댓글창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지난 2일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 467화에서는 임원희, 윤민수, 김희철이 출연해 실내 포장마차에서 담소를 나눴다. 김희철은 돌싱 임원희와 윤민수에게 "전처와 헤어질 때 가구 같은 건 어떻게 나눴냐" 등 싱글로서 돌싱들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물었다.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때 임원희는 "한 달이라도 설레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윤민수는 "나 지금 한 명 떠올랐어. 79년생"이라고 말해 임원희를 설레게 했다. 흐름상 윤민수가 떠올린 79년생의 여인이 나올 것 같았지만, 돌연 김희철이 "소개해 줄 누님이 있다"고 했다. 김희철은 해당 인물을 "SNS 조회 수 1억뷰 나오는 사람이고, 술을 즐기는 사람을 좋아한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자막에는 '술자리 인싸되는 법 알려줄 고수 누님'이라고 기재됐다.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영상 캡처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영상 캡처
등장한 여성은 62세의 '폭탄주 이모'였다. SNS와 유튜브 등에서 소주와 맥주 등을 이용해 화려한 기술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폭탄주 이모는 맥주 분수쇼부터 시작해 스케일링 등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보여줬다. 여기에 신고 있던 하이힐까지 벗어 병 따기 기술을 선보였다. 이때 자막으로 임원희, 윤민수, 김희철 세 사람을 '감동한 술자리 분위기 메이커 꿈나무들'이라고 지칭했다. 여기에 '하나라도 더 배워야지' 등의 자막을 얹어 마치 해당 기술을 알아야 되는 것처럼 조장했다.

특히 폭탄주 이모가 맥주 스케일링 기술을 보여주고 난 후 자막에선 '상쾌함도 즐거움도 두 배'라는 문구도 띄웠다. 여기에 임원희까지 "기분 좋다. 기분이 좋아지네"라고 발언했다.

이어 폭탄주 이모는 '권총샷'이라는 또다른 기술을 선보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맥을 네 사람은 건배 후 함께 들이켰다. 이때 김희철은 폭탄주 이모에게 "누나 고마워요"라고 인사했다. 어떤 게 고마웠다는 걸까. 짧은 분량에도 흔쾌히 섭외에 응해준 것일까 아니면 청소년이 시청할 수 있는 방송에서 어른들의 술자리 기술을 보여준 것일까.

폭탄주 이모는 14분 23초부터 25분 21초까지 약 11분 동안 세 사람과 결혼 및 이혼에 대한 이야기 없이 이같은 기술만 보여주고 떠났다. 방송 이후 다양한 게시판에는 "저 사람을 왜 출연시킨 거임?", "미운 아들들과 폭탄주가 무슨 상관이야", "설레고 싶다는데 갑자기 술자리 분위기 띄울 수 있는 스킬 전수?" 등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영상 캡처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영상 캡처
'미우새'는 15세 관람가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장면에 대해 "청소년에게 음주 분위기를 조장하고, 마치 술자리가 흥미 있는 것처럼 비춰졌다"며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우새'는 2018년 비슷한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의 경고를 받았었다. 가수 김건모가 고정으로 출연할 당시 '미우새' 방송분에서는 '소주기행'을 주제로 여행하며 특정 지역소주를 마시는 장면을 반복 노출하고 '소주분수'를 제작했다. 자막에는 '녹색의 생명수', '그 영롱함에 감탄한 노예 12년차' 등을 넣었다.

당시 방통위 측은 "소주를 소재로 한 오락거리를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하면서 음주를 마치 권장할만한 놀이로 인식될 수 있는 내용을 수차례에 걸쳐 방송해 음주를 미화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를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방송했다는 점에서 법정제재가 불가피하다"며 '경고'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영상 캡처
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영상 캡처
'미우새'는 현재 시청자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이상민과 김준호, 김종국, 김종민 등 기혼자들을 하차시키지 않아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공식 홈페이지를 비롯해 네이버 공식 영상 사이트 등 모든 댓글창을 닫아 놓은 상태라 "시청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태도로 보인다"라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7년 전 경고 조치를 받았던 행위까지 반복되자 한 시청자는 "지켜보는 우리도 이제 재미를 못 느끼겠다"며 "딱히 새로운 소재나 아이디어가 없다면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이 어떻겠냐"라는 의견까지 냈다.

방송은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시청자가 없다면 프로그램은 수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시청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보는 연령층을 늘 고려하는 태도로 방송을 제작하는 제작진의 세심함이 필요해 보인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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