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정의 유노왓≫
그거 아세요?(you know what)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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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영♥미연, 수요 없는 공급"…8년 만에 부활한 '우결', 시대 역행한 아이돌 예능 [TEN스타필드]
'그거 아세요?(you know what)'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가 흥미로운 방송계의 이슈를 잡아내 대중의 도파민을 자극하겠습니다.


"누가 이런 걸 원했는지 모르겠다.", "명백한 수요 없는 공급이다."

최근 SNS에는 이런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일 유튜브 채널 '트립 코드'(TRIP KODE)가 공개한 배진영과 아이들 미연의 여행 데이트 티저 영상이 공개 직후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팬들의 반응은 냉담했고, 영상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비공개로 전환됐다.
사진=유튜브 채널 '트립 코드'(TRIP KODE)
사진=유튜브 채널 '트립 코드'(TRIP KODE)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2017년 종영한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가 '아이돌판'으로 되살아난 듯한 형식이 있다. '트립 코드'의 새 콘텐츠는 남녀 아이돌이 1명씩 출연해 여행을 즐기며 상대방의 심박수를 높이는 콘셉트로, 첫 회 주인공으로는 2017년 워너원으로 데뷔한 배진영과 2018년 아이들로 연예계에 입문한 미연이 출연했다.

팬들 사이에선 "둘 다 데뷔 8~9년 차인데, 연애 콘셉트 예능에 나올 이유가 있냐"는 의문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신인도 아니고, 충분히 인지도 높은 아이돌이 이런 프로그램에 나온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시기적인 문제도 지적됐다. 배진영은 오는 14일 솔로 데뷔를 앞두고 있으며, 미연은 현재 국내 활동이 없는 상황이다. 한 팬은 "컴백 직전이라면 팬들과의 교감이 더 중요한 시기인데, 굳이 이런 민감한 콘텐츠에 출연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팬은 "컴백 홍보를 위해서라면 더 좋은 방식이 많았을 텐데, 이건 득보다 실이 큰 선택"이라고 말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트립 코드'(TRIP KODE)
사진=유튜브 채널 '트립 코드'(TRIP KODE)
아이돌 팬덤은 오랫동안 남녀 관계를 다루는 방송 포맷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그만큼 팬들은 아티스트가 프로그램을 통해 '누군가와 엮이는 설정'을 꺼린다. 이번 콘텐츠 역시 그 금기를 건드렸다는 점에서 반발이 컸다. 누리꾼 사이 "굳이 방송에서 남녀 아이돌을 엮어야 하나", "팬덤의 정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기획"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트립 코드' 측은 티저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러나 본편은 예고된 일정대로 오는 16일 오후 6시 30분 공개될 예정이다. '트립 코드' 채널은 그간 '블라인드 톡' 등 비연애 콘셉트의 아이돌 콘텐츠로 호평을 받아왔다. 아이돌들이 자신과 맞는 '코드 메이트'를 찾는 과정을 담은 그 시리즈는 이성적 관계보다 '성격과 케미스트리'에 초점을 맞춰 팬들로부터 "적당한 거리감이 있어서 좋다"는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새롭게 선보인 이번 '데이트 버전'은 그런 균형을 완전히 잃었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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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누리꾼은 "이전 콘텐츠는 호감형 케미 중심이었는데 이번 건 노골적인 연애 콘셉트다. 설렘 대신 불쾌함만 남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시청률이나 조회수를 위해 자극적인 연출을 택한 것 같은데, 그 선택이 부메랑이 됐다"고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커리어가 쌓인 아이돌에게는 위험 부담이 크다"며 "연차가 찬 만큼, 아티스트 본인이 출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이 높다. 따라서 콘텐츠가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지 스스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유튜브 채널 '트립 코드'(TRIP KODE)
사진=유튜브 채널 '트립 코드'(TRIP KODE)
또 다른 관계자는 "타깃 시청층이 분명한 아이돌 콘텐츠일수록 팬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으면 역효과가 난다"며 "이건 단순히 출연자의 문제가 아니라, 제작진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방향을 잘못 잡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들여 만든 티저를 하루 만에 비공개로 돌린 건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에게 손해"라며 "타깃층이 예민하게 반응할 만한 주제라면 기획 단계에서 걸러야 했다"고 강조했다.

SNS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한 팬은 "8년 전에 폐지된 포맷을 다시 꺼내오는 건 진짜 시대 역행"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당사자들은 좋은 의도로 참여했겠지만, 팬들이 불편하다면 그건 실패한 콘텐츠"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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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팬들은 "이 시리즈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아이돌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콘텐츠가 이어질수록 팬덤 간 갈등이 커지고, 아이돌 본인들에게도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8년 전 폐지된 '우결'의 부활을 연상시키는 형식 자체가 지금의 아이돌 산업과 맞지 않는다"며 "결국 '수요 없는 공급'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콘텐츠 기획자들이 더 이상 '옛날 방식의 설렘'을 답습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팬덤의 문화와 시청자들의 감수성이 바뀐 지금, '트립 코드'의 시도는 8년 만의 부활이 아니라 8년 전으로의 퇴행"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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