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까지 등장시킨 KBS2…"이래도 되는 겁니까" 시청자들이 나서서 '걱정' [TEN스타필드]
입력 2025.09.23 15:07수정 2025.09.23 15:12
사진=KBS2 '은수 좋은 날'
지난 20일 첫 방송된 KBS2 드라마 '은수 좋은 날'이 마약을 소재로 한 얘기를 집중적으로 다뤄 2회차 만에 시청자들이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날 방송에는 마약 거래 방법부터 밀거래로 인한 하루 소득 얘기까지 나왔다. 공영 방송에서 다루기엔 다소 부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수 좋은 날'은 가족을 지키고 싶은 학부모 강은수(이영애 분)와 두 얼굴의 선생 이경(김영광 분)이 우연히 얻은 마약 가방을 두고 발이는 위험 처절한 동업 일지를 그린 작품이다. 주말드라마이고, 15세 관람가다.
그러나 '은수 좋은 날'은 2회 차 만에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21일 방송된 2회에서는 3분 8초부터 세 차례에 걸쳐 클럽 장면이 송출됐다. 극 중 미술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경은 클럽에 입장하자마자 내부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작은 사이즈의 봉지를 손에 쥐어줬다. 주차장에선 마약 거래를 위해 핸드폰 메시지를 나누는 장면도 구체적인 내용까지 송출됐고, 이경은 동업을 하자며 자신에게 마약이 담긴 봉지를 가져온 은수를 집으로 들여 은수의 마약이 진짜인지 자신의 방에서 실험했다.
사진=KBS2 '은수 좋은 날' 방송 캡처
클럽 장면은 20분 48초에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상의를 탈의한 남성 웨이터들이 은수의 마약을 예쁘게 포장해 접시에 얹어 가져왔고, 생일을 맞은 극 중 인플루언서 미미는 포장된 마약을 보고 "최고의 생일 선물"이라 칭했다. 이후 미미와 지인들은 약이 섞인 샴페인으로 파티 분위기 냈고, 샴페인을 마시는 장면과 환각 효과도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취한 일부 남녀는 누워서 애정행각을 벌였고, 동성끼리도 서로를 끌어안으며 애정행각을 나눴다. 그렇게 두 번째 클럽 장면은 7분간 이어졌다. 해당 장면이 송출된 후 게시판에는 "KBS가 이런 소재를 다룬다고?"라며 당황한 듯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왔다.
29분 59초부터 시작된 세 번째 클럽 신에서는 남성 한 명이 약이 섞인 술에 취해 미미를 향해 돌진하며 스킨십을 시도했다. 남자는 흰자를 보였고, 술을 마시기 전과 상반될 정도로 어눌한 말투를 구사했다. 자막이 없었다면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였다. 클럽 내 분위기와 마약 후 특징이 전 국민에 알려진 셈이다.
사진='은수 좋은 날' 네이버 오픈톡 캡처
경찰의 마약 전담 수사팀을 농락하는 듯한 장면도 등장했다. 클럽에 경찰이 등장하자 직원들은 마약이 포장됐던 접시들을 치우고 스프레이를 뿌려 테이블을 닦았다. 증거를 인멸시킨 것. 또 다른 직원은 보안실로 달려가 파티를 즐기던 이들의 방 CCTV를 삭제해 줄 것 요청했다. 여기에 은수가 방 번호의 숫자를 떼어내 경찰들을 속이는 데에 가담, 이경과 일행들은 주차장에 마련되어 있던 벤에 탑승해 유유히 이동했다. 이를 두고 다수의 시청자는 "마약반 힘 빠지게 만드는 장면"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은수는 이경과의 첫 동업으로 하루에 500만원을 거머쥐었다. 화장실에 숨어 정산된 금액을 세던 은수는 "마트에서 석 달을 일해도 못 버는 돈"이라고 말했다. 마약을 팔면 고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실제 몇몇 시청자는 "거래 비율이 달라지면 얼마씩 갖게 되는 거냐"라며 마약 거래에 흥미를 보이는 질문을 했다.
사진='은수 좋은 날' 네이버 오픈톡 캡처
2화 첫 장면에서는 "대한민국에서 마약? 90%가 잡혀서 망하지만, 언제나 운 좋은 10%는 있기 마련"이라는 이경의 내레이션이 나왔다. 마약을 다뤄도 적발되지 않을 수 있고, 그 10%를 '행운'이라 칭했다. 또, 은수에게 500만원을 건넬 때 이경은 "쫄 필요 없다. 세상에 나쁜 게 얼마나 많은데 전염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이냐", "따지고 보면 부동산 투기와 주식 사기가 더 질이 나쁘다. 마약은 피해자가 없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라며 마약을 가볍게 여기는 듯한 대사도 내뱉었다.
'은수 좋은 날'은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마약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단 한 번의 선택으로도 개인과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심각한 범죄입니다'라는 문구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날 방송된 장면들은 오히려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경의 "마약은 피해자가 없다"라는 대사와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진=KBS2 '은수 좋은 날' 방송 캡처
KBS2는 최근 주말드라마 '화려한 날들'에서 6회 만에 불법 음주 장면을 송출했었다. 그보다 앞선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당시에는 4회 만에 환경법 위반에 해당하는 막걸리 무단 방류 장면을 내보냈다. 이날 '은수 좋은 날' 2회 차를 시청한 한 누리꾼은 "'화려한 날들' 불법 음주 장면 이후 '사회적 영향을 고려해서 드라마를 제작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진짜 고민이라는 걸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사진='은수 좋은 날' 네이버 오픈톡 캡처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