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부산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액터스 하우스: 김유정'이 진행됐다. '액터스 하우스'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그들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 자리다.
김유정은 2003년 데뷔해 지금까지 연기자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아역 시절부터 유명했던 탓에 대중들에게 여전히 귀여운 꼬마 소녀 이미지도 있지만 어느덧 26살 숙녀가 되어 서른에 가까운 나이가 됐다. 이제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배우인 것이다.
어린 시절 김유정은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캐릭터들을 많이 연기했다. 그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역할 대부분이 그랬다는 게 가혹한 현실을 비추는 것도 같다"고 돌아봤다. 또한 "어렸을 때는 왜 저렇게 답답한가 그랬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건 누구나 그렇게 살아야 할 수밖에 없겠구나, 누구의 삶이든 간에 우리는 삶을 헤쳐 나가는 거지 않나"라고 깨달은 바를 이야기했다.
반복된 '기구한 삶'은 김유정의 연기 인생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나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걸 성인이 가까워지는 시기에 느꼈다"며 "성인이 된 후에는 밝은 역할들을 찾기 시작했다.

이에 김유정은 '친애하는 X'라는 새로운 선택을 했다. 오는 11월 6일 공개 예정인 티빙 드라마 '친애하는 X'(감독 이응복) 는 지옥에서 벗어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가면을 쓴 여자 백아진, 그리고 그녀에게 잔혹하게 짓밟힌 X들의 이야기. 김유정은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가진 스타 여배우 백아진 역을 맡았다. 극 중 백아진은 '두 얼굴'을 가졌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궁지에 몰린다.
김유정에게 '친애하는 X'는 아역 시절과 성인이 된 후의 작품들과는 또 다른 선택이었다. 서스펜스 장르에 캐릭터도 독특하기 때문이다. 김유정은 "이전에 제가 대중에게 보여준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다. 아진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극한의 욕망을 가지면서도 가장 최대치의 절제를 갖고 있다. 많은 사람들과 부딪힌다. 스릴러적인 인간관계도 보여준다. 스스로 한 인간으로서 폭풍을 헤쳐가는 인물이다.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친애하는 X'는 저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왔지만 이걸 지금 경험하지 못한다면 내 인생의 큰 경험을 놓치게 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출연 결정했다. 처음에는 무섭고 두렵고 부담스러웠다. 인물 자체도 제가 연구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응복 감독, 동료 배우들 덕분에 즐겁게 촬영했다고. 그는 "장르물은 원래 즐거울 수가 없는데 즐거웠다. 끝났을 때 아쉬웠다"고 촬영을 돌아봤다.

김유정은 이제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도 연기하고 있었다. 그는 "연기를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고 위로해주는 거다. 그렇게 봤을 때 내가 모르는 사이에 (대중들, 팬들과)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크게 교류하고 있었다는 걸 최근에 크게 느꼈다. 관객들, 대중들, 팬들이 가깝게 있다고 느꼈다. 옆에 있는 느낌이다. 전에는 막연하게 느껴졌는데 이제는 직접적인 인간관계로 느껴진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또 다른 아역들이 걷고 있는 모습을 본 김유정. 그는 신기한 경험으로 "제 아역이 생겼을 때다.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고 꼽아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현장에서 제일 사랑하는 존재다. 제일 큰 사랑을 드리고 싶다. 뭉클함이 있다. 내가 경험했던 순간들이기 때문이다"며 미소 지었다.
부산=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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