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박정민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얼굴' 박정민이 시각장애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시력을 잃은 아버지가 떠올랐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얼굴'의 주인공 박정민을 만났다.

'얼굴'은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인 아버지 임영규의 아들 임동환이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의 백골 시신 발견 후 그 죽음 뒤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박정민은 1인 2역을 맡아 아버지 임영규의 젊은 시절, 아들 임동환의 현재를 연기했다. 젊은 임영규는 시각장애를 가졌지만 도장을 파며 성실히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임영환은 어머니가 백골로 발견되면서 어머니 죽음의 진실을 찾기 시작한 아들이다.

박정민은 "작품을 선택할 때는 아버지를 떠올리진 않았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떠올리게 됐다. 저도 어디 다닐 때 아버지한테 팔꿈치를 내어드린다거나 뭐가 있다고 얘기해 주거나 한다. 아들 역할을 할 때는 익숙해서 실제 내 모습이 나오기도 하더라"고 밝혔다.

반면 "아버지 역할을 할 때는 달랐다. 내가 아버지를 다 이해할 순 없을 것이다. 저는 보이는 사람이니까"라며 "열심히 준비해서 아버지한테 부끄럽게 않게 보여주고 싶은데 아버지는 볼 수 없다는 게 좀 이상했다. 슬프진 않지만 좀 이상했다. 아버지 삶을 조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박정민은 특수분장용 렌즈가 시각장애인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앞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초점을 흐리는 거다. 내가 앞이 안 보인다고 생각해보는 거다"며 "렌즈를 끼면 앞이 뿌옇게 보였다. 렌즈가 눈이 안 보이는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됐다. 선배님도 저도 그 렌즈 덕분에 흐린 눈을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서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전각 장인 캐릭터를 위해 실제로 도장 파는 방법을 배우고 키트도 사서 연습도 해봤다고. 박정민은 '그것만이 내 세상' 때도 서번트증후군을 앓는 피아노 천재 캐릭터 표현을 위해 피아노를 배운 적 있다. 그는 "그런 걸 준비할 때 드는 생각이 뭐냐면 '힘들다'는 거다. 배워봤자 의미 없을 거라고 느껴지는 게 있고 재밌어서 내 취미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 드는 게 있다. 예를 들면 피아노 같은 거다. 지금은 안 치지만 당시에는 영화에 나오지 않는 음악들도 악보 보면서 쳐보고 그랬다. '나중에 취미로 가지면 좋겠다' 생각했다. 도장도 그랬다"고 말했다. 주변에 직접 판 도장도 선물했다는 박정민은 "하다 보면 는다. 누군가 인감도장으로 쓰지 않는 이상 좋은 선물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키트도 샀다. 파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도 하고 그랬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놓고 지금은 창고에 뒀다. 이벤트 한다고 오랜만에 꺼냈는데, 해봐야지 않겠나"라며 "기술들을 배우는 게 연기할 때 도움된다. 재밌다"고 덧붙였다.

'얼굴'은 지난 11일 개봉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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