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살인자 리포트'에 출연한 배우 정성일을 만났다.
'살인자 리포트'는 특종에 목마른 베테랑 기자 선주(조여정 분)에게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 분)이 연쇄살인을 고백하는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정성일은 연쇄살인범인 정신과 의사 이영훈 역을 맡았다.
무명이 길었던 정성일은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를 통해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리게 됐다. 하지만 그는 "'더 글로리' 끝나고도 쿠팡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얼마 전 예능에서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정성일은 "저 지금은 여유롭게 산다"며 웃었다. 이어 "대단히 부를 갖고 있는 건 아닌데, 방송에서 알바 얘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그 얘기가 나왔다. 그런데 그것도 사실이다. '더 글로리' 전에 살기 위해 당겨 쓴 것도 있었고 빚도 갚아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전에는 생활이 되지 않을 정도의 벌이였다. 그렇다고 '더 글로리' 출연료가 대단히 큰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생활을 해야 하니까 당시에 알바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바 끊은 지는 한 3년 됐다"며 "지금은 먹고 싶은 걸 마음껏 사먹을 수 있다. 서너 번 생각해서 샀던 운동화를 한두 번만 생각하고 살 수 있는 정도가 됐다"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유명세와 인기를 얻고 좋은 점은 "연기해서 앞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경제적인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오디션을 안 봐도 된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디션을 보고 기다리는 과정이 준비하는 것보다 힘들더라. 경제적인 것보다 오디션을 안 보는 게 더 좋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저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오디션 준비 과정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연기가 좋아서 하기도 하지만, 누군가 앞에서 선보여야 하는 일이 됐을 때는 '내가 이 작품에 들어가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되는 거다. 취업 면접을 계속 보는 셈이다. '나는 이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를 몇 천 번 해야하는 거다. 몇 천 번 해도 합격하는 건 10개 안쪽이다"라고 자신의 경험을 고백했다. 또한 "저는 경제적인 기준치는 높진 않다. 먹고 싶은 거 사먹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이제 오디션을 안 보고 제의를 받는다는 자체가 '이제 좀 살겠다' 싶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정성일은 "지금도 불안함이 있다. 누군가에게 쓰임을 받는 직업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배우는 누군가의 관심도 필요하고, 늘 불안한 거 같다. 지금처럼 내가 작품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한다. 저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많이 생각하고 걱정하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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