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방송된 MBC 교양프로그램 '이유 있는 건축-공간 여행자'(이하 '이유 있는 건축')에서는 방송인 홍석천, 동방신기 최강창민이 건축가 유현준과 함께 홍콩 건축 유학을 떠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미식과 쇼핑, 야경의 도시로 알려진 홍콩을 '건축'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여행이 시청자들에게 도시를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을 선사했다.

홍콩에 도착한 건축 유학생 홍석천과 최강창민은 오전 10시 오픈런해야만 하는 첫 번째 장소로 향했다. 영화 '중경삼림' 속 양조위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던 장면으로 유명해진 장소,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에스컬레이터가 하행선으로만 운행되고 있는 상황에 당황했다. 이는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가 본래 출퇴근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었다. 미드 레벨 지역 사람들이 금융단지가 있는 센트럴 지역으로 출근할 수 있도록 오전 6시부터 오전 10시까지 하행선으로, 이후에는 상행선으로 방향이 바뀌어 운행되고 있었다.
유현준은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가 갖는 상징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90년대 만들어진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는 무료 공공 인프라로, 홍콩의 경제적 전성기를 상징하는 시설물로 의미가 있었다. 또한 홍콩의 지형적 특징을 담은 공간으로 의미를 가지며,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초마다 풍경이 바뀐다. 단위 시간당 경험의 밀도를 더 압축시키는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M+가 지어진 서구룡 문화지구는 간척으로 조성된 새로운 땅으로, 홍콩인들에겐 자부심 그 자체인 공간이었다. 홍석천은 이 공간이 홍콩인들에게 얼마나 특별할지 그만의 시각으로 해석해 유현준의 감탄을 끌어냈다. 홍석천은 "강아지 산책할 곳을 찾으러 다닐 정도로 홍콩의 땅값이 비싸다고 하더라. 좁은 공간에 익숙한 홍콩 사람들에게 이곳은 넓은 공간의 맛을 찾아준다"라면서 "그들에게 휴식을 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홍석천은 "상의 탈의를 하고 사람들이 조깅하더라. 그림이 좋았다"라고 사적으로 이 공간이 인상에 남은 이유도 덧붙여 웃음을 유발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전설의 도시 구룡성채는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다. 구룡성채가 있었던 공간에는 지금은 평화로운 공원이 조성돼 있었다. 구룡성채는 각종 범죄의 온상인 무법천지 슬럼가이자, 수많은 사람의 삶의 터전이기도 했던 곳이었다고. 세 사람은 축구장 4개 크기의 땅에 인구 5만 명이 모여 살았던 초고밀도 도시 구룡성채의 사진을 보고 기함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세포가 번식하듯 증축된 건물은 미로와도 같았고, 실제 번지수와 우체부까지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자아냈다.
당시 모습을 재현한 세트장에 간 홍석천, 최강창민, 유현준은 자신들만의 터전을 구축한 구룡성채 주민들의 생태계에 놀라워했다. 유현준은 "이 안에 없는 가게는 인간이 사는 데 필요 없는 가게일 것"이라 말했고,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서 살아간 주민들의 생활상을 상상했다. 전현무는 "경찰이 진입을 못 했다더라"라고, 홍진경은 "세금도 안 냈다고요?"라고 경악했다. 최강창민은 "여기서 5만 명이 살았잖아요. (어떻게 살 수 있었던 건지) 상상이 안 갔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유현준은 "극강의 3차원 골목길이었다"라면서 "앞으로도 볼 수 없을 건축물이다. 인간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연구 자료가 됐을 텐데. 피라미드 급 가치라고 생각한다"라고, 지금은 사라져 흔적만 남은 구룡성채에 아쉬워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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