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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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는 분들이 '조정석 씨 엄마라고 해도 손색없겠다'고 해줘서 힘을 얻었어요. 왜요? 실제로는 어려 보이나요? 꺄하하."

영화 '좀비딸'에서 노인 역을 맡은 이정은이 선하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극 중 아들로 등장한 조정석은 실제로 55살인 이정은보다 10살 어리지만 둘의 모자 케미는 여느 엄마와 아들 못지않다.

'좀비딸'은 감염자를 색출해 내려는 사회 분위기 속, 정환(조정석 분)이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딸 수아(최유리 분)를 데리고 어머니 밤순(이정은 분)이 살고 있는 은봉리로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이정은은 정환의 어머니이자 좀비손녀 기강 잡는 할머니 밤순 역을 맡아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영화를 보면 이정은의 연기에 피식피식 자연스럽게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이정은은 "어느 것이 애드리브인지 대사인지 모르게끔 힘 빼고 작업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좀비를 훈련시켜서 공생할 수 있게 하는 이야기예요. 요즘말로 '무해한 영화'죠. 청량감이 있어요. 영화 신들은 본 것 같지만 안 본 것처럼 구성하는 게 어려운 일이에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쉽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일이거든요. 감독님이 어마어마하게 공을 들여서 그걸 해냈어요."
사진제공=NEW, 스튜디오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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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좀비딸'처럼 실제 나이보다 많은 배역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은 이정은. 이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 이정은은 "연령대보다 이야기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작가님들한테 부탁은 해야하지 않겠나. 풍요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역할을 주시면 감사하겠다고"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우려되는 점도 있죠. 배우의 운명이란 게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유쾌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돼요. 자연스럽게 오는 걸 계속 딜레이시킬 순 없어요. 나문희 선생님도 제 나이대 이런 연기를 하셨다고 해요. 저만 겪는 일이 아니에요. 또 제가 이런 걸 멋지게 해내야 후배들도 노역을 즐겁게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제 또래 50대 후반의 여배우들 중에 몇몇을 빼놓고는 이야기의 중심에 들어가는 배역을 맡는 게 쉽진 않아요. 노역이긴 하지만 이야기 구성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역을 즐겁게 해내야 하지 않나는 생각이 들어요."

이정은은 이번 영화에서 아들로 만난 조정석과는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이하 '오나귀')에 함께 출연했던 사이. 이정은은 "정석 씨와 '오나귀' 때 만나고 케미를 더 이어가고 싶었는데, 작품이란 게 쉽게 다시 만나지는 게 아니잖나. 이번에 또 만나게 돼서 반가웠다"고 말했다.

"정석 씨는 여전히 주인공으로서 현장 분위기의 강약을 잘 조절해냈어요. 모두를 위해주고 판도 깔아주고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게 해주더라고요. 많은 동료를 돕는 배우라서 멋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아들이지만 참 자랑스러워요. 하하."
이정은  / 사진제공=NEW
이정은 / 사진제공=NEW
극 중 밤순네 가족은 춤을 좋아하는 '댄싱 패밀리'. 밤순은 원조 댄싱퀸이자 은봉리 마을회관 댄스파티의 주인공이다. 이정은은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 무대로 댄스 본능을 자랑했다. 이정은은 실제로도 "2년 정도 취미로 K팝 댄스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가르쳐주는 선생님 말론, 날이 갈수록 안무 외우는 속도는 빨라지는데, '뽕삘'은 남아있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춤이 너무 격하지만 않으면 취미 생활로 하기에 좋아요. 뇌 활동에도 좋거고요. 제가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해요. 요즘엔 릴스 찍을 분량 정도만 하는데,. 블랙핑크 제니의 'like JENNIE' 같은 것도 해요. 선생님과 연습실에서 릴스를 몇 개 찍었어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꼭 하나를 완성해서 올리자고 했어요."

이정은은 봉사 활동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봉사활동, 수감자 자녀들을 돕는 활동, 녹색병원 홍보대사 등 사회 소외 계층들을 위한 여러 봉사 활동을 해왔다.

"전 형평의 원칙을 좋아해요. 평등하게 사는 것이죠. 노력한 만큼 벌어가는 사람도 있고 더 벌어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거기서 소외되는 사람들도 있을 거예요. 노동은 물질적으로만 환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같이 누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배우는 제 직업이고, 그것 이외에 저는 인간이죠.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제가 살아가는 데 풍요로움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목표에 대해서는 "원대한 게 있는 건 아니다. 멈추기도 하고 가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 모든 선택을 함에 있어서 너무 큰 책임감도 싫고 좀 더 가볍게 즐겁고 싶다. 경력이 단절되면 힘든데, 저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이 없이 나아가고 싶다. 시간을 내 마음대로 운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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