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25년차지만 여전히 소년미가 가득한 배우 유승호를 만났다. 데뷔 첫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를 끝마친 유승호는 어딘가 홀가분해보이면서도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극 중에서 유승호는 루이스(이태빈·정경훈 분)의 연인이자 와스프 가문 출신의 성소수자 '프라이어 월터' 역을 맡았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인종, 정치, 종교, 성향 등을 이유로 소외받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200분의 대서사시 연극이다.
이날 유승호는 연극을 끝낸 소감에 대해 "연극을 끝내고 밥도 잘 먹고 잘 자고 있다. 무대라는 공간이 처음인데 겁이 좀 있는 상태에서 올라갔다. 극 자체도 되게 쉽지 않은 극이어서
'떨린다, 긴장된다' 하고만 올라갔는데 그 이후부터는 먹질 못했다"고 운을 띄웠다.

어느덧 데뷔 25년차 배우가 됐지만 연극은 처음이기에 체력적인 부분에서 우려가 되진 않았을까. 유승호는 "체력이 어떨지 몰라서 따로 준비한 건 없었다. 진료씬에서 옷을 벗어야하는데 제가 체격이 왜소해서 운동은 따로 좀 했다"면서 "동의하지는 못하는데 조명 때문인지 다들 몸이 좋다고 하시더라"고 웃어보였다.
이어 그는 "중간에는 운동도 포기하고 '최대한 말려버리자' 하는 생각이었다. 아픈 사람으로, 에이즈 환자로 보일 수 있게. 영양제 같은 약은 너무 세서 속이 안 좋아지길래 먹진 못했다. 그냥 연극 끝나고 이틀에 한끼 먹고 그랬다"며 "무대 위에 올라가면 장 트러블이 나는데 그게 무섭더라. 남은 2시간 20분을 버텨야 하지 않나. 카메라 앞이면 10분만 시간을 달라고 할텐데 (무대는) 그게 안되니까 차라리 먹지 말자 하는 생각에 안 먹고 올라갔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평소 대중들의 반응을 보는 편이냐는 질문에 유승호는 "(첫 연극이라) 반응이 궁금하니까 잘했나 못했나 궁금하더라. 무대 배우들한테 반응을 어떻게 확인하냐 하고 알아봤는데 보고 너무 슬펐다"면서도 "그건 제 잘못이니까 아프고 슬프고 이런 걸 다 떠나서 제가 해야될 게 있으니까 빨리 수정해서 조금이라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자 하는 게 목표였다. 엑스를 들어가서 봤는데 너무 아프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유승호는 "예전에는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굳이 반응을 확인을 안 한다. 제가 잘한다 이런 게 아니라 사실 괜찮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는데 저도 사람이다 보니까 매일 맞는데 안 아플 수가 있겠나. 나를 위해서라도 조금은 안 보는 게 낫겠다 싶더라. 이번에는 무대 첫 도전이었고 해서 안 볼 수가 없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는 "(공연을 마치고) 틀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따지고 보면 너무 못했다. 그 부분은 인정한다. 배우로서 (연극을) 연습의 무대로 삼은 건 절대 아니지만 이걸 어떻게 해서든지 남은 관객분들한테 발전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집에 가서도 하루종일 웅얼웅얼 거렸다. 일찍 가서 한번이라도 더 맞춰보고 무슨 수를 다 써봤다. 공연을 하면서 점점 프라이어라는 인물이 발전되어서 조금은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더라. 빨리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또한 유승호는 연극을 끝내고 난 뒤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먹고 싶다. 공연이 끝나고 일주일동안 먹고 싶은게 너무 많더라"면서 "라면이 너무 맛있더라. 일주일을 자극적인 음식으로 먹었다. 계속 먹고 밀렸던 영화나 보고 그랬다. 체중은 안 재봤는데 아랫배가 뽈록 튀어나온 것 같더라. 일주일을 먹고 싶은 걸 먹었으니까 건강하게 살을 찌워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얘기했다.

앞서 유승호는 한 방송을 통해 "내 얼굴이 느끼하고 질리다"는 외모 망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전히 같은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는 "32년을 보면 제 얼굴도 좀 질리지 않겠나. 안질리시나. (웃음)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진짜 질린다. 느끼한 게 얼굴에서 제일 싫다. 눈썹 푹 들어간게 너무 좀 느끼해서 그렇게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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