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가 대배우인 이유는?
'거미집'으로 돌아온 송강호
시대의 애환부터 블랙코미디까지
'거미집'으로 돌아온 송강호
시대의 애환부터 블랙코미디까지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겸 영화평론가)가 한 호흡으로 화면을 길게 보여주는 롱테이크 촬영 기법처럼, 영화 속 장면이나 영화 이야기를 심층 분석합니다.
송강호, 이름 석 자만으로도 아우라가 풍겨오는 배우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한껏 장난기를 머금은 듯하면서도 진중한, 천의 얼굴을 가진 송강호는 한국영화사에 지워지지 않는 족적을 남겼다.
마치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영화 '택시 드라이버'(1976/마틴 스콜세지)부터 '좋은 친구들'(1990/마틴 스콜세지)의 어수룩함과 냉혈한 모습을 연상케 하듯, 송강호는 넓은 스펙트럼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했다. 한국 영화계는 송강호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다. 송강호의 특유의 속사포처럼 내뱉으며 강한 악센트로 더듬거리는 말투나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신체의 활용도가 높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거미집'(2023)은 '조용한 가족'(1997),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으로 무려 5번째 호흡을 맞춘 김지운 감독과 재회한 작품이다. '거미집'은 1970년대 영화제작을 배경으로 김감독(송강호)이 자신의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려고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졸작 아닌 걸작을 만들고픈 욕망에 사로잡힌 김감독은 확신이 들지 않는지 중얼거리고 죽은 신감독(정우성)의 환영을 보는 광기 어린 캐릭터다.
◆잊혀지지 않는 시대의 애환 담은 얼굴
'쉬리'(1999), 공동경비구역 JSA'(2000), '살인의 추억'(2003) ,'사도'(2015)
송강호는 시대의 설움과 비통함을 담은 얼굴로 잊지 말아야 할 기록을 다시 복원한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쉬리'(1999/감독 강제규)에서 남북의 이념적 갈등만큼이나 비극적인 운명의 비밀을 목도했을 때의 복잡미묘한 표정과 '공동경비구역 JSA'(2000/감독 박찬욱)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사이에서 판타지 같은 남북의 우정이 무너진 순간, '사도'(2015/감독 이준익)에서 천륜지간을 끊어낸 비정함까지.
'사람 냄새' 나는 소시민적인 캐릭터
'반칙왕'(2000), '괴물'(2006), '브로커'(2022)
특히 '괴물'에서 진한 녹색의 상의와 무릎나온 회색의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두는 한심해 보이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 중학생 딸 현서(고아성)만큼은 애지중지 홀로 키우는 아버지다. 갑자기 한강 변에 나타난 괴물 탓에 강두는 딸 현서의 손을 꼭 잡고 달리지만, 정신없이 달리다가 딸을 잃어버리고 만다.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 강두의 아버지 박희봉(변희봉), 박남일(박해일), 박남주(배두나)는 힘을 모아 현서를 찾는다. 강두는 딸을 찾기 위해 괴물과 사투를 벌이며 각성한다. 추레한 몰골의 강두는 이전까지의 한량 같은 모습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학부모 참관마저 늦잠 자느라 참석하지 못하던 강두가 아버지의 죽음과 딸의 실종으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눈물겹다. 괴물이 한강 변에 튀어나온 의문의 재난 상황 속에서 소시민으로서 송강호의 얼굴은 '우리들'의 삶을 압축해놓은 것처럼 서글프다.
특유의 몸짓으로 빚어낸 블랙코미디
'박쥐'(2009), '설국열차'(2013), '기생충'(2019)
'조용한 가족'(1997), '반칙왕'으로 초기에 송강호는 코미디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하회탈처럼 서글서글한 외모에 툭툭 말하는 사투리 섞인 말까지. 블랙 코미디(웃음을 통해 환멸과 냉소를 표현)라는 장르 안에서 송강호는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준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서도 블랙 코미디적인 부분을 찾아볼 수 있는데,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송강호)는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피를 먹는 행위에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피를 먹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서늘한 얼굴의 상현은 이전까지 송강호가 보여주던 어딘가 우스운 모습과는 상반된다. 냉철하게 상황을 직시하면서 태주를 향한 본능적인 사랑을 드러내는 아이러니함은 일종의 블랙 코미디다.
대체 불가능한 배우 송강호의 필모그래피를 압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뭉뚱그려서 송강호를 탐구했지만, 사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한국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배우 송강호는 아직도 새로운 몸짓을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르와 캐릭터에 갇히지 않고 늘 신선함을 보여주는 송강호는 아직도 자신의 인장을 하나씩 남기는 중이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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