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밀수'(감독 류승완)를 시작으로 '더 문'(감독 김용화)과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까지 빅4 영화가 모두 개봉한 가운데, 각 작품의 흥행 여부 역시 어느 정도 판가름 난 상태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밀수'는 손익분기점인 400만 관객 돌파의 축포를 터트리며 비교적 스타트를 잘 끊어줬지만, 지난 2일 같은 날 개봉하며 쌍끌이 흥행을 기대했던 '더 문'과 '비공식작전'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봉 2주가 경과한 17일 기준 '비공식작전'은 겨우 100만 관객을 넘겼으며, '더 문'의 경우 50만으로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 영화 관계자는 "'더 문'과 '비공식작전'의 경우 스코어가 이 정도로 안 좋을지는 예상 못했다.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는데, 이렇게 성적이 안 나올 경우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며 "이 두 작품이 '밀수'나 '콘크리트 유토피아' 보다 더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 손익분기점도 더 높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개봉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경우 현재 223만 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 중이고, '오펜하이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에 이어 박스 오피스 2위 굳히기에 들어간 상태라 무난히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성적이 나쁘지 않은 상황이지만, 빅4 중 두 작품이나 심각한 수준의 흥행 참패를 기록하고 있는 탓에 또 한번 영화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많은 영화 관계자들은 이 같은 여름 영화시장 성적표가 향후 영화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더 문'이 한국 영화계 SF 장르의 진일보를 이뤄내며 이정표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한국에서 SF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더 고착화한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며 "이제 누가 쉽사리 SF 영화 제작이나 투자에 손을 대겠는가"라고 토로했다.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가 유일하게 천만 영화에 등극했지만, 이는 해당 시리즈에 국한된 관객의 선택이었을 뿐 한국 영화가 다시 살아났다는 방증은 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된 영화계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계자는 "큰 예산이 들어간 영화인 만큼 제 역할을 하며 흥행에 성공해야 각 영화 제작-배급사의 숨통이 트이고, 선순환으로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텐데 상황이 좋지 않다"며 "이 탓에 다가오는 추석 연휴와 가을-겨울 개봉 가닥을 잡은 영화들도 고심이 크다"고 말했다.
창고에 산적해 있는 영화들이 빛을 보는 것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취재에 따르면 현재 촬영을 마치고도 개봉하지 못한 이른바 '창고 영화'는 약 90여 편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는 지난 2019년 촬영을 완료하고도 관객을 만나지 못한 영화도 있다.

이 작품에 대해 한 연예계 관계자는 "'바이러스'가 극장 개봉이 어렵다는 내부적 판단을 내린 OTT를 통한 공개를 타진 중"이라며 "촬영을 완료한 지 굉장히 오래된 영화라 극장 개봉에 걸리는 것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반면, 제작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측은 "'바이러스'는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도 "아직 정해진 세부 사항은 없다. 개봉 일정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영화계 관계자들은 극장 개봉이 어려운 경우 OTT 채널을 통한 공개도 고려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보고 있지만, 사실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한 관계자는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작품의 경우 OTT에라도 제 가치를 인정받아 팔린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나 굉장히 오래 묵은 작품의 경우 OTT 입장에서도 제값을 주고 사려고 하지는 않는 탓에 좀처럼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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