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연중일기≫
한가인, 데뷔 20년 만에 신비주의 탈피
털털하고 당찬 모습에 더 호감
"다 내가 선택하기 나름"
한가인, 데뷔 20년 만에 신비주의 탈피
털털하고 당찬 모습에 더 호감
"다 내가 선택하기 나름"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의 기록을 다시 씁니다. 화제가 되는 가요·방송계 이슈를 분석해 어제의 이야기를 오늘의 기록으로 남깁니다.
연예인은 이미지가 재산인 터라 말주변이 없거나 실제 성격이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맞지 않으면 신비주의로 밀고 나간다. 그러다 어느정도 대중이 적응이 했다고 생각해 본래 성격을 드러내면 '입만 열면 깬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배우 한가인도 신비주의를 고수하던 연예인 중 한 명이었다.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미모, 언론 노출이 적었던 한가인은 단아하고 우아한 여신 이미지였다.
하지만 한가인은 우리가 알던 그 한가인이 아니었다. 수줍음은 커녕 털털하고 화통했다. 단아하다는 말보다 굳세고 기개가 있다는 말이 훨씬 어울린다. 입을 열수록 호감이다. 별이 쏟아지는 밤 같았던 한가인의 눈동자에 은은한 광기가 서려 있다는 걸 늦게 알았다.
![인간미 없던 한가인, 10년간 "신비주의 탈피" 외친 이유 있었다 [TEN스타필드]](https://img.tenasia.co.kr/photo/202203/BF.29150912.1.jpg)
한가인이 드라마, 영화 제작발표회 외 인터뷰를 하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방송 프로그램 외 인터뷰를 가진 건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과 MBC '해를 품은 달'을 하면서다.

"여성스럽지도 않고 참하지도 않은데 많은 분들이 절 여성스럽게 봐주셨어요. 아무래도 작품과 CF에서 본 이미지가 강하겠죠. 감사했지만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그 이미지를 깨면 안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컸거든요." (2012년 '건축학개론' 인터뷰)
한가인은 똑똑했다. 대중이 보는 모습도 자신의 모습 중 일부라는 걸 알기에 이미지를 버리기보다 자신이 지닌 캐릭터 안에서 자유롭게 변화를 시도하기로 했다. 진짜 김현주(한가인 본명)를 보여주기엔 예능이 제일 나은 선택이었다.
한가인은 SBS '써클 하우스'를 통해 첫 MC를 맡았다. '대국민 상담 프로젝트'라는 취지의 이 예능은 한가인을 보여주기 딱 좋았다. 공감능력과 뚜렷한 주관, 삶에 대한 똑똑한 자세가 있는 그대로 드러났다. 결핍이나 연정훈과의 이혼설, 불임설 등 말하기 껄끄러웠을 루머도 거침 없이 밝혔다.

"제 딸이 비연애주의라면 좀 찬성할 것 같다. 비연애도 좋고 비혼도 좋다. 내 딸이 그렇게 한다면 자기 일의 다른 성취나 이런 걸 느끼기 원하지, 너무 힘든 사랑의 상처를 받지 않으면 한다. 연애, 결혼, 출산하면서 다 성장했지만 그렇다고 연애하기 전의 내가 미성숙하진 않았던 것 같다. 다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연애, 결혼, 출산 이런 과정은 그냥 하나의 '초이스(선택)'일 뿐."
'문명특급'에서 "저 시대 좀 잘못 타고 난 것 같아요"라며 아쉬워했던 한가인. 오히려 시대를 잘 탄 듯 하다. 외모보다 멋진 내면과 주관을 환영하는 시대니까. 20년 만에 '진짜 나'를 보여주기로 '선택'한 한가인. 총기와 광기가 적절하게 섞인 그 모습이 사랑스럽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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