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남자를 향한 김영광의 열망은 자신에게 맞는 작품을 만나서 빛을 발했다. 틀에 갇히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넣어 연기할 때 살아나는 그에게 <우결수>는 날개가 됐다. “직접 느끼고 생각해서 인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연기 방식이 이미 정해져있으면 거기에 맞추기 너무 어려워요. 그런데 이번엔 감독님이 미리 준비하고오는 걸 안 좋아하셔서 재밌었어요.”카리스마로 무장한 게 아니라 힘을 빼서 매력적이었던 나쁜 남자 공기중은 다른 무엇보다 김영광의 “뻔뻔함”으로 완성됐다. 그리고 이 뻔뻔함은 마음대로 연기가 안 돼 배우 생활 4년 동안 “많이 울고 힘들어 하다 보니” 생긴 변화였다. “기중이 하는 말에 다 설득되지도 않았고 동비한테 이제부터 전에 니가 한 모든 키스는 무효다 라고 할 땐 으악! 정말 너무 오그라들었어요. 근데 이상하게 참 뻔뻔해지더라고요. 예전엔 벽에 부딪칠 때면 이것저것 해보다가 짜증냈는데 이번엔 이해 안 돼도 ‘이게 맞겠지’ 라고 생각하고 했어요.” 쉽지 않은 현실에 화도 치밀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부딪쳤던 덕분에 김영광은 소년의 에너지가 아니더라도 보는 이를 끌어들일 수 있는 남자의 카리스마를 얻었다. 우연으로 스칠 수 있었던 한 작품을 운명으로 만든 진짜 힘은 김영광이 혼자 싸우며 이어 온 이 끈기였다.
끈기있는 소년에서 여유있는 남자로
배우로서 어디쯤 올라간 것 같은지 묻자 이제 막 훈련 마치고 자대 배치 기다리는 훈련병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본격적인 군 생활을 기다리는 훈련병처럼 앞으로가 지겹고 막막하다는 말은 아니다. “보일락 말락 했던 실의 끝을 확 잡은 느낌”처럼, 배우로서시간을 쏟아 부은 결실을 이제 맛본 김영광에겐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들끓는 순간이다. “굳이 세고 슬픈 캐릭터를 맡기보단 망하든 말든 마라톤처럼 한 번 철저하게 준비해서 연기해보고 싶어요. 계속나를 극한으로 몰아 부치고 시련을 견디면 내게도 행복이 오겠지, 하는 뻔한 스토리가 좋거든요.” 김영광이 배우로서 제대를 하고 돌아올 때 정말그렇게 될 지는 장담할 순 없다. 그의 바람대로 뭐든지 다 되는 남자가 되어 있을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재촉하거나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기다리면 언젠가 김영광은 결과로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무엇이든 뻔하지 않게 말이다. 지금 김영광은‘끝내주는 남자’에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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