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역시 성과사회이고 그에 따른 사회적 폐해와 정신 질환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중략) 한국인이면 누구나 자기를 착취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즉각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병철의 책 <피로사회> 중에서 특히 ‘착취’란 단어만 계속 보던 때 지인으로부터 크리스 나이트의 그림 하나를 소개받았다. 제목은 ‘The End of Inheritance’. 뭔 말인지 해석하기도 전에, 예쁘지만 세상 다 산 듯한 그림 속 인물을 넋 놓고 봤다. 캐나다 화가 크리스 나이트의 홈페이지(http://krisknight.com)를 채운 작품들엔이 그림처럼 하나같이 아늑한 색감 위로 정말 착취당한 듯 무표정한 얼굴들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는데 그 대비가 좋았다. 뛰기는 하는데 이유는 모르는 사람들, 팽창만 하다 터질 것 같은 마음을 아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애써 웃으며 장황한 위로를 하는 것보다 가끔은 조용히 소진된 상태를 공유하는 게 솔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처럼 이 그림들은 아직도 힘이 되어 준다. 백 마디말 대신 내일은 또 오니까 일단 잠이나 자라고 누군가 토닥여주면 오히려 울컥하는 것처럼 말이다.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