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제는 녀석이 여자에게 모진 학대를 당한 이력이 있는지 여자만 보면 으르렁대며 반감을 표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처음엔 식구들이 나가고 나면 하루 종일 저 녀석과 어찌 지내나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웬걸. 강아지 쪽에서 대놓고 저를 피하지 뭐에요. 정을 좀 붙여 볼 요량에 우유며 치즈를 내보이며 꼬드겨봤지만 제 가까이엔 아예 범접을 않더라고요. 그렇게 먹을 것도 외면한 채 소파 뒤에 숨어 있다가 저녁 무렵 애들 아빠가 들어오는 기척이 날라치면 미친 듯 뛰어나와 달려드는 광경은 그야말로 영화 속 한 장면이 따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김국진 씨의 반려견이 된 덕구가 그러했듯 마치 보이지 않는 끈이라도 달린 양 남편을 졸졸 따라다니곤 했고요. 그래요. 소파 위에서고 침대 위에서고 둘이 붙어서 뒹굴뒹굴하는 모습이 딱 김국진 씨와 덕구 판박이 같았네요. 남편을 올려다보는 눈빛이 하도 절절해 ‘쟤는 필시 전생에 당신 마누라였을 것’이라고 삐쭉거렸을 정도였으니까요.
왜 한번 안아보지도 않고 그냥 내쳐 버렸을까요
그리고 더 저를 괴롭힌 건 가끔 “충성동이 녀석은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하며 짓던 남편의 쓸쓸한 표정이었어요. 미안하고 또 미안한 일입니다. 세상에 태어나 미물이든 사람이든 자신에게 그처럼 충성을 맹세하는, 무한 사랑을 보이는 존재를 만나는 일이 어디 흔하겠어요? 게다가 갖은 학대로 상처를 입은 녀석이 모처럼 심신을 의지할 주인을 만났다 싶어 안도하고 있었을 텐데 또다시 버림을 받았으니 얼마나 낙심했을까요. 그게 평생 마음의 짐으로 남더군요. 그리고 뭔가 하려던 일이 어그러질 적마다 아무래도 ‘충성동이’ 내친 벌을 받는다 싶기도 했고요.
유기견 발생 최소화에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듣자하니 ‘남자의 자격’이 방송된 뒤 유기견 입양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더군요.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한순간의 이 열풍이 지나고 나면 또다시 마구 버려지는 일이 생길까 한편으론 걱정입니다. 그 어느 회보다 감동적이었던 ‘남자의 자격 – 남자, 새로운 생명을 만나다’ 편이 유기견 입양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유기견 발생 최소화에 더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나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세상, 사람도 동물도 더 이상은 버리지 말았으면 해서요.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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