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이켜 보면 신성록이라는 배우의 인상을 남겨준 캐릭터들도 그렇게 조바심 내지 않았다. 오래된 연애에 흔들리던 여자에게 천천히 다가가거나(영화 ) 상대가 상처받을까봐 자신이 게이라는 걸 숨기고 말없이 떠났다. (드라마 ) “이제는 어르신들도 알아보게” 만든 드라마 의 까칠한 쉐프 건희조차도 알고 보면 젠틀한 매너로 무장한 남자였다. 그러나 실제 신성록은 로맨틱한 대사에 낯간지러워 하는 천상 한국남자다. “현실에 그런 남자가 어딨어요. 에서처럼 ‘다크서클 있는 여자가 섹시해요’ 같은 느끼한 대사는 죽어도 못해요. (웃음)”
그래서 그가 좋아하는 영화도 “현실적인 면이 있는” 작품들이다. 마피아 영화를 좋아하지만 드라마틱한 작품보다는 비정한 현실을 드러내거나 현실감각이 살아있는 것을 즐겨보고, 보다는 를 더 좋아하는 신성록이 추천하는 영화들이다.

1972년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꽤 오래 전에 본 영화인데, 전 시리즈를 다 찾아서 봤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에 주인공이 딸을 잃고 무릎을 꿇은 채로 소리 죽여서 우는데… 와, 연기 진짜 잘한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죠.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말론 브란도나 알 파치노처럼 남성적인 캐릭터에 대한 열망이 있지 않나요? (웃음)”
설명이 필요 없는 명작 중의 하나.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에 의해 탄생한 시리즈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력한 명성과 생명력을 얻고 있다. 시칠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갖은 굴욕 끝에 마피아의 보스가 된 돈(말론 브란도)처럼.

2010년 | 리샤드 베리
“마피아 영화를 좋아해요. 몇 년 전에 유럽에서 상을 휩쓴 이태리 영화 도 참 좋아하구요. 가장 최근에 본 건 장 르노의 이에요. 너무 연관된 것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을 죽고,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은퇴하려던 마피아가 인상 깊었어요.”
어둠의 세계를 떠나려는 마피아 보스 찰리(장 르노)는 자신과 가족을 위협하는 자들을 향해 마지막 복수를 시작한다. 22발의 총알을 맞고도 살아남은 주인공을 내세우지만 갱스터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케일 큰 총격전이나 액션 대신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006년 | 이정범
“마피아 영화를 즐겨 보는데 극적이거나 사건 위주의 영화보다는 현실적인 면모가 부각된 분위기를 좋아해요. 설경구, 조한선 씨가 나온 도 그런 분위기가 있어서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본 지 꽤 됐는데도 상당히 재밌던 기억이 남아 있네요.”
이전에 가 있었다. 올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작 이정범 감독의 데뷔작. 피도 눈물도 없는 조직에서 자란 남자들의 외로움과 여린 속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2007년 | 한재림
“도 앞서 말한 그런 느낌의 영화죠. 조직이 등장하지만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조폭이 아니라 현실적인 인물들이잖아요. 송강호 씨가 혼자 라면 먹는 신도 그래서 좋았구요. 전 그런 장면들이 좋더라구요. (웃음)”
조직에선 찬밥 신세, 가정에선 무시당하기 일쑤. 대한민국 가장, 강인구(송강호)의 하루는 늘 고달프다. 누아르 영화의 우아한 액션이나 멋들어진 남자 주인공보다 더 가슴을 울리는 송강호의 ‘생활형 누아르’가 돋보인다.

2001년 | 허진호
“를 처음 볼 때는 연애할 나이가 아니라 특별히 공감가거나 하진 않았지만 (웃음) 이 영화의 매력 또한 현실적이라는 것 같아요. 남자가 택시를 타고 지방에 있는 여자의 집까지 간다거나 남자와 여자가 아파트 앞길을 걷는다거나 하는 장면들도 굉장히 예뻤구요.”
봄날이 가도,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는 것처럼 우리는 안다. 죽을 것처럼 끓어오르던 사랑이 끝나도 결코 죽지는 않는다는 걸. 허진호 감독은 늘 그렇듯 사랑의 생성과 소멸을 은수(이영애)와 상우(유지태)를 통해 임상학자처럼 복기해냈다.

글. 이지혜 seven@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