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저녁의 온도를 더욱 올려놓았던 것은 아마도 ‘1박 2일’을 떠나던 김C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웬만해선 세상만사 그리 호들갑스러울 것 없던 이 남자가, 이수근의 눈물 앞에 마치 첫사랑에게 모진 이별을 선고한 열아홉 소년처럼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이라니요. 그가 마른세수를 어색하게 이어나갈 때 TV 앞의 저는 계속 고장 난 에어컨의 리모컨을 벅벅 누르고 있었습니다. 더위가 찾아오기 전엔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그 녀석이 오늘따라 어찌나 아쉽던지.
사실 지난 ‘인터뷰 100’에서 만난 김C는 “녹화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1박 2일’ 떠나는 주는 월요일부터 계속 우울한 느낌이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이 말을 인터뷰 내용에서 제외시키면서도 이미 이별을 어렴풋이나마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요, 너를 잊겠다는 거짓말을 하고 돌아서긴 했지만.
떠나는 그를 보며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영화 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의도치 않게 시작된 의사행세에 어쩌다보니 사람 목숨도 구하고, 위기도 넘기고, 그렇게 이제는 그만이라는 이야기를 할 틈도 없이 마을 사람들의 신뢰와 사랑을 얻게 된 시골 의사 선생. 결국 아무도 없는 새벽거리에 의사가운을 벗어 던지고 사라지던 그 뒷모습에 어렴풋이 김C가 겹쳐졌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잘한다는 칭찬에, 따뜻한 격려에, 주위의 기대에 의사 가운을 벗어 던질 타이밍을 놓쳐 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남은 길을 우울하게 혹은 투덜거리며 살아갑니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니었다고, 나는 이 길을 원 한 적 없노라고.
엄마 떠난 ‘1박 2일’엔 당분간 빈자리가 보이겠지요. 하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기타를 잡은 김C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입니다. 이제 곧 다가올 진짜 여름도 잘 이겨내자구요. 당신은 당신 자리에서, 우리는 우리 각자의 길 위에서.
글. 백은하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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