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주의 10 Voice] 난 사는 게 어려울 땐 야구를 봐](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1062309431938631_1.jpg)
이것이 최근 야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일명 ‘6.17 임찬규 사태’다. 108개의 실밥으로 묶인 야구공은 둥글고, 경기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른다고 해도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었던 건 분명하다. 이를 보면서, 역시 최근 화제인 책 의 이 문장이 떠올랐다. “포볼을 내주고 싶어 하는 투수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은 아픈 친구를 대신해 야구부 매니저가 된 평범한 여고생 미나미가 역시 평범한 공립학교인 호도고의 야구부를 ‘코시엔 대회(코시엔 구장에서 매년 봄, 여름에 열리는 전국고교야구대회)’에 진출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우연히 읽게 된 피터 드러커의 경영지침서 를 야구부 혁신에 적용시키는 내용의 소설이다.
‘실패에서 배우는 서사’가 있는 경기
![[김희주의 10 Voice] 난 사는 게 어려울 땐 야구를 봐](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1062309431938631_2.jpg)
야구를 보다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나라, 일본이 특히 그렇지만 야구를 다룬 소설이나 만화, 영화는 참 많다. 일본이 야구가 국기인 나라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는 많은 스포츠 중에서도 특히 야구공은 서사를 싣고 날아가기 때문이다.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유명한 말을 비롯하여 “승리하면 조금 배울 수 있지만 패배하면 많이 배울 수 있다”, “마지막 쓰리 아웃을 잡기 전엔 야구는 끝나지 않습니다. 타임아웃이 없는 시합의 재미를 가르쳐 드리지요” 같은 야구에 관한 문장들은 그대로 삶에 적용되는 격언이다. 무엇보다도, 야구는 아무리 뛰어난 타자라도 10번 중 7번은 실패하고, 아무리 비범한 투수라도 제 머리 위를 무심하게 날아가 관중석에 꽂히는 공을 보지 않을 수 없는, ‘실패에서 배우는 서사’가 있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의 고교야구부가 놀라운 변화를 맞이하는 순간 역시 그렇다. 비딱하고 불성실한 에이스 투수 게이치로가 연속 포볼로 밀어내기로만 7점을 내줘 콜드 패한 뒤, 포수 지로는 “저는 이제 게이치로가 던지는 공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유격수의 실책에 화가 난 게이치로가 일부러 포볼을 내줘 야구를 모독했다고 오해했기 때문이다. 이 때 감독이 외친다. “그런 투수는 없어! 포볼을 내주고 싶어 하는 투수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 말을 들은 게이치로는 어깨를 떨며 흐느껴 운다. LG의 박종훈 감독은 ‘6.17 임찬규 사태’에 대해 “실패하더라도 잘못을 알게 될 것이라고 봤다. 실패를 통해 성장해 더 좋은 투수가 되면 성공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어쨌거나 재미있는 ‘공놀이’
![[김희주의 10 Voice] 난 사는 게 어려울 땐 야구를 봐](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1062309431938631_3.jpg)
그 어떤 투수도 모든 공을 스크라이크 존에만 꽂아 넣을 수는 없다. 그 어떤 사람도 늘 올바르거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삶을 살 수는 없다. 실패하거나 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고개 숙인 어린 투수의 머리를 쓰다듬는 동료와 선배가 있는 것이다. < H2 >의 명대사처럼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그래서 인생은 재미있는 것”이고 “연전연승으로 죽을 때까지 웃기만 하는 그런 인생”은 없다. 인생이 어렵다고 느껴지면 야구를 보자. 의외의 해답을 찾을지도 모른다. 그러지 못해도 좋다. 때로는 뒷목을 잡게도 하지만, 분명한 건 어쨌거나 재미있는 ‘공놀이’니까.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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