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와 KBS 에는 모두 지적 장애인이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는 아이큐 70에 지능이 7살에 멈춘 봉영규(정보석)가 있고, 에는 9살 수준의 정신연령을 가진 안나 레이커(도지원)가 나온다. 그들은 단적으로 말해 착하다. 그리고 순수하다. 어린 아이 수준으로 지능이 멈췄다는 이유로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고, 인간관계에서 계산적이지도 않다. 그들 주변 사람들이 이전투구를 벌이는 동안에도 그들은 언제나 해맑은 얼굴로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산다.
지적 장애인에 대한 위험한 클리셰
드라마에서 영규나 안나 같은 착한 바보들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비현실적으로 착한 이들의 모습은 과거 어눌한 모습으로 희화화되었던 선배 바보 캐릭터들과 또다른 방식으로 대상화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각박한 사회에 지친 시청자들이 지적 장애인의 순수한 동심에 위로를 받아 좋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편의에 의해 이들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MBC 속 진주(오현경)의 사례처럼 수술이나 기적적인 충격 요법으로 갑자기 장애가 없어지는 설정만 장애에 대한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을 비장애인보다 특별히 더 고운 심성의 캐릭터로 그리는 것 역시 현실을 위험하게 왜곡하는 것일 수 있다.
그들을 동화 속에 가둬두지 마라
의 제작진은 아이처럼 순수하게 진실을 말하는 용감한 바보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 선의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언제나 선의가 좋은 결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택한 설정이라도 현실이 아닌 동화에 무게 중심이 쏠리면 의도마저 퇴색될 수 있다. 지적 장애인과 청각 장애인이 등장하는 가 좀 더 신중하고 배려심 있는 드라마이길 바란다. 비장애인들은 스스로 돈과 권력과 성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용인하고 있다. 이 욕망의 시대에 장애인들에게만 착하고 순수한 채로 있으라는 것은 잔인한 판타지에 다름 아니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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