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시각, 방송 3사에서 원래 방영되던 예능 프로그램들이 결방하고 다른 프로그램들을 방영하는 동안 KBS1에서는 ()가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모든 공중파 채널이 순직 장병을 위한 추모에 동참한 셈이다. 물론 그럴만한 일이다. 다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전체적 추모의 토대 위에서 일종의 영웅 서사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국가의 안보를 위해 일하던 장병들에게 영웅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영웅인 건, 나라를 지키던 수많은 장병 중 하나이기 때문인 것이지, 죽었기 때문은 아니다. 말하자면 이번 추모의 본질은 그런 수많은 ‘살아있던’ 영웅들의 죽음에 대한 슬픔인 것이지, 그 죽음을 영웅적 행위로 미화하는 것이어선 안 된다. 방송 시작과 함께 언급된 “값진 희생”이라는 표현이 불편한 건 그래서다. 방송 중간 내레이션으로 나온 ‘수병은 묵언으로 답한다’는 시는 감동적이었지만 ‘명령에 따라 나의 길을 갔을 뿐이다’는 구절을 통해 순직 장병들이 죽음의 순간 느꼈을 공포와 분노와 절규가 애국심이라는 이름으로 희석된다고 느끼면 과한 것일까. 이 프로그램의 마지막은 ‘오늘도 바다에 나서는’ 해군들의 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끝났다. 조국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또 다른 영웅들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순간, 그들의 죽음은 억울한 것이 아닌, 군인이기에 납득할 수 있는 죽음이 된다. 황수경 아나운서가 흘린 눈물과 방송 내내 이어진 국민들의 후원의 진정성을 의심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 진정성을 모아 그들의 죽음을 교묘하게 정당화한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글. 위근우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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