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를 끝내고 를 시작할 때 너무 힘들었어요. 의 우울한 캐릭터에서 빠져나와서 곧바로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거든요.” 자신의 논문처럼, 박진희는 연기를 하는 것의 힘겨움과 싸워 나가는 듯 했다. 그는 영화 에서 암에 걸린 한 여성의 10대부터 30대에 이르는 인생을 살았고, 다시 MBC 에서 10살 연하의 남자 민재(김범)와 사랑에 빠지는 이신영이 됐다. 한 편의 작품에서는 “인생을 돌아보는 느낌”을 얻고, 또 다른 작품에서는 “열 살 어린 남자를 사랑하는 것을 스스로에게 설득”한다. 그리고, 작품이 끝나면 “이제는 다시 신영이가 돼서 민재를 사랑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운 직업. 박진희는 그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떠나보낸다. 그래야 박진희는 에서 자신에게 고백하는 민재를 보며 “앞으로 내가 겪을 일이 두려운” 30대 여성의 기쁨과 불안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을 수 있다. 그가 배우의 우울증을 연구한 것은 어떤 신경안정제도 치유해줄 수 없는 자신의 우울을 바라보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진희가 와 를 순탄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나 같은 전쟁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잖아요. 그걸 보면 그래도 나는 괜찮다는 위안을 받아요”라며 괴롭거나 슬플 때 전쟁영화를 본다고 말했다. 13년 동안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여러 번의 부침을 겪으며, 그는 자신의 우울만큼이나 강하고 긍정적인 마음도 함께 가진 듯 하다. 그래서, 박진희가 자신에게 힘과 위안을 준 사랑스러운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한 작품들을 골랐다. 그 역시 세상 모든 여배우들을 응원하며.

2010년. 극본 이새인. 연출 손형석
“요즘에 완전 홀릭 돼 있는 드라마에요. 손예진 씨를 너무 좋아해요.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손예진 씨의 찬란한 연기가 좋아요. 그리고 가 30대의 연애에 대해 고민한 작품이었잖아요. 도 그맘때의 여성이 고민할 수 있는 결혼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손예진 씨는 모든 역할을 잘 하는 배우지만, 이번 작품은 제 나이 또래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특히 시청자 입장에서 더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2007년. 극본 김인영. 연출 고동선
“정말 사랑스러운 드라마에요.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정말 미친 듯이 본 것 같아요. 전쟁영화하고는 또 다른 위안을 준 작품이었어요. 이게 동네 찌질이들의 이야기잖아요. (웃음) 그리고 메리는 어디서 부모들이 자식 자랑 못하는 딸이고. 원래 삼남매면 부모는 2남매만 있는 것처럼 말하고 다닐 것 같은 (웃음) 딸인데, 그런 느낌이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김인영 작가님이 쓴 걸 알고 더 놀라기도 했구요. 매번 다른 스타일의 작품들을 쓰시는 것 같아요.”

2008년. 극본 이정아, 장현주. 연출 이윤정.
“커피프린스는 여성들이 꿈꾸는 파라다이스잖아요. 커피숍이 있고 정말 멋진 남자들이 있고, 나는 그 남자들에 둘러싸여 있고. 을 보면서 이윤정 감독님이 아직 그 파라다이스를 놓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당신의 꿈을 작품 속에서 풀어놓네 (웃음) 하면서 봤죠.”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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