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인기 예능 ‘미운우리새끼’(이하 미우새)는 프로그램의 재미와 더불어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세트로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이다. 테이블 하나와 모니터. 최소한의 것들로 이뤄진 초단순 세트 안에는 우리가 몰랐던 심오한 의미들이 담겨있다.
최근 서울 목동 SBS에서 만난 ‘미우새’ 연출자 곽승영 PD는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던 중 ‘빨간 세트 때문에 눈이 아프더라’는 기자의 말에 발끈했다. 그는 “많은 고심 끝에 제작된 세트”라며 미처 카메라에 담아내지 못한 세트 속 숨은 이야기로 열변을 토했다.
그는 빨간 세트에 대해 “사실 빨간색이 아니라 짙은 오렌지색이다. 제작진이 설정한 색상은 그게 맞는데 집집마다 해상도 차이가 있다보니 어떤 집에서는 정말 빨간색으로 나오더라”며 “어머니들을 배려한 색이다. 아무래도 세트가 밝고 붉은 계열이면 상대적으로 출연자들의 혈색이 더 화사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더 아름답게 나오실 것 같아서 짙은 오렌지색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눈이 아프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에 대해선 “기사마다 댓글에 그 내용이 있더라. 시청자 분들의 고충을 알고 있다”고 답하며 “회를 거듭할수록 이상하게 자꾸 더 빨개지는 것 같다. 요즘 톤을 다운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무런 장식 없이 단순해 보이는 세트는 가성비를 최대치로 끌어 올린 결과물이다. 곽 PD는 “‘미우새’ 제작비가 생각보다 정말 적다. 처음 3개였던 디스플레이도 돈이 부족해서 하나로 줄였다”며 웃더니 “심플하면서도 심심하지 않은 세트를 꾸미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했다.
그는 “사실 ‘미우새’ 첫 촬영이 5월이었는데 첫 파일럿 방송은 7월이었다. 그동안 편집을 하고 세트에 대한 고민을 하니까 별 생각이 다 들더라”며 출연자들 앞에 놓인 커다란 테이블에도 숨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저희 테이블이 딱 하나인데 보시면 긴 삼각형 모양이에요. 특정 각도로 촬영하면 끝없이 이어진 지평선처럼 보이거든요. 자식과 부모가 늘 평행선처럼 걷지만, 가다보면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는 심오한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그게 카메라에 잘 안 담기더라고요. 위에서도 촬영해봤는데 잘 안살아요. 어떻게 살릴지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웃음)”
프로그램 내용은 물론 세트에까지 따뜻함을 담았건만, 방송 초반 결혼 조장 프로그램으로 잠시 질타를 받았던 게 못내 서운했다는 그다.
“저희가 계속 보여드리고 싶은 부분은 부모 자식 간의 따뜻함이에요. 신동엽 씨와도 기획 단계부터 얘기했던 부분이 이 프로그램이 오래 가려면 스튜디오와 어머니들이 살아야 된다는 거였어요. 나중에라도 시청자분들이 재밌게 봐주셔서 다행이에요. 사실 전 처음부터 자신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