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이 던지는 질문, 그래서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목포에서 건달의 아들로 아버지와 똑같은 인생을 살아가던 박태수(조인성)는 아버지가 검사 앞에서 쩔쩔 매는 모습을 보고 ‘진짜 힘’을 가진 검사를 꿈꾼다. 1980년대 격변의 한국 근현대사를 겪으면서 박태수는 검사가 됐다. 그러나 그는 지방에서 하루에 30건씩 되는 ‘시시한’ 사건을 처리하는 일반 샐러리맨과 다를 바가 없는 삶을 산다. 그러다 박태수는 학생을 성폭행한 교사 사건을 접한다. 단돈 500만원에 합의된 이 사건을 파보니 지역 유지가 뒤를 버티고 있었다. 박태수는 대한민국 권력의 설계자인 한강식(정우성)의 오른팔 검사 양동철(배성우)로부터 이 사건을 덮으면 한강식 라인을 타게 해준다고 제안 받는다. 박태수는 그의 손을 잡는다.
‘더 킹’은 권력에 저항하는 피해자가 아니라 이미 세상 위에 군림하며 화려한 삶을 누리고 있는 권력 집단의 이면을 담아낸 작품이다. 박태수의 시선을 통해 어떻게 대한민국을 움직이고, 바라보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탈을 쓰고 노래와 춤을 추는 한 편의 마당놀이 같은 작품”이라는 한재림 감독의 말처럼 ‘더 킹’은 유쾌하고 해학적으로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한강식이라는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자의 말을 통해 권력자들의 시스템과 메커니즘을 보여주고, 왜 우리나라가 권력자들이 살기 편한 나라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한강식이 “역사공부 안하니? 배워야지”라며 “자존심 버려”라고 역정을 내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더 킹’의 또 다른 재미는 은유적 표현을 많이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박태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펜트하우스로 올라가며 밑을 훑는 장면이나 남을 고통으로 몰아넣은 뒤 여유롭게 믹스 커피를 마시는 한강식 일당의 모습은 권력의 상징으로 배치됐다. 극 중 한강식이 부르는 자자의 ‘버스안에서’나 클론의 ‘난’ 등은 극의 백미다.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살아온 박태수는 극 말미 묻는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왕은 누군가”라고 말이다. 영화는 한 편의 마당놀이를 원했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똑바로 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오는 18일 개봉. 러닝타임 134분. 15세 관람가.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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