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차이나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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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리에게 중요한 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차분히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지리적으로 밀접한 이 거대한 이웃국가는 번번이 한국인들에게 터무니없는 오해의 대상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신년특집으로 지난 1월 방송된 KBS1 7부작 다큐멘터리 ‘슈퍼차이나’는 꽤 높은 시청률 속에 순항했다. 중국의 찬란한 부상을 집중 조명한 이 다큐멘터리에 지금껏 우리가 중국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자부하는 것들이 어쩌면 해묵은 지식 혹은 편견일지 모른다는 경각심도 일었다.

가까웠기에 더 잘 알지 못했던 중국이다. 어쨌든, 우리 모두 이 나라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다는 사실이 ‘슈퍼차이나’를 향한 뜨거운 반응으로 입증됐다. ‘슈퍼차이나’를 연출한 KBS 박진범 PD를 여의도에서 만났다. 소문난 중국통인 그는 베이징에서 4년을 살았고, 칭화대 석사학위를 받았다. 웬만한 중국인들보다 더 많은 중국의 유적을 답사했다.

박진범 PD
박진범 PD
박진범 PD

Q. 소문난 중국통이라 들었다.
박진범 PD : 중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나라이고, 성장세가 가파르다보니 관심이 많았다. 따지고 보면, 서울 시내 5분만 걸어도 중국인과 부딪힐 만큼 우리와 가깝다. 또 우리 주변에 중국에 유학을 갔다 왔다거나, 중국과 관련된 사업을 한다거나 중국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 한두 명은 있을 만큼 중국은 밀접한 나라다.

Q. 이 다큐의 출발이 궁금하다.
박진범 PD : 가까운 나라인 만큼 그간 중국과 관련된 프로그램도 또 책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조명한 것은 부족하지 않나 싶었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질 때, 발톱을 만지느냐 상아를 만지느냐에 따라 다 다른 이야기들이 나온다. 물론 자신의 시각에서 중국을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객관적이고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자료도 필요하지 않을까 했다. 이번에 KBS가 큰 투자를 했다. 특집을 많이 하긴 했지만, 7편씩 편성하는 예는 없었다. 그래서 제작진 입장에서는 더더욱 제대로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Q. 다큐멘터리는 중국을 6개 프레임으로 들여다봤다.
박진범 PD : 중국을 보는 틀이 있어야 했다. 그 틀이 무엇이냐 할 때, 중국이 지금 이 시점에 부상하는 나라라는 점에서 ‘힘’이었다. 6가지 힘의 프레임으로 중국을 보려했고, 설정한 것이 바로 13억 인구의 힘, 머니파워, 팍스 시니카, 대륙의 힘, 소프트 파워, 공산당 리더십이었다. 단계로 바라보면 13억 인구의 힘, 대륙의 힘은 중국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잠재력이다. 즉 내부의 이야기인 것이다. 머니파워나 군사 외교력, 대외정책, 소프트 파워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외부의 힘이다. 그리고 그것을 총 지휘하는 것이 바로 공산당이다. 그렇게 디자인한 프레임이다.

Q. 취재하는 데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박진범 PD : 본격적으로 제작진을 꾸려 회의를 시작한 것은 지난 해 3월이었다. 내가 다 연출한 것이 아니라 비슷한 기수의 후배 2명과 같이 했다. 각각 2편씩 맡아서 연출했다.

슈퍼차이나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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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중국 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취재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박진범 PD : 중국의 현재가 바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힘인 만큼, 현재 중국의 위상을 이야기하려면 중국 내에서의 모습보다 전 세계의 경제, 정치, 안보에 있어 외부의 모습을 비춰줄 수밖에 없었다. 중국 띄워주기 아니냐는 말도 있는데, 우리 프로그램을 보면 중국 정부가 아파할 만한 부분도 있다. 물론 그 비중이 50대 50인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설정한 것은 가능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중국을 보자였다. 그래서 한반도의 시선에서 바라본 중국도 7편에 가서야 나오기 시작한다. 대부분은 글로벌한 시각에서 바라본 중국이었다.

Q. 사실 한국의 시각에서 중국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북한인데, 그 이야기가 거의 없더라.
박진범 PD : 그런 이야기는 기존에 워낙 많이 나오기도 했고, 뉴스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또 우리도 그렇게 가다보면 늪에 빠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르게 해보자, 새롭게 해보자라는 생각도 했었고. 그럼에도 7편과 8편에는 그런 이야기들도 들어갔다.

Q. 이번에 중국 쪽 반응이 상당히 뜨겁다고 들었다. 중국 언론에서 그렇게 연락이 많이 온다는데.
박진범 PD : 받아들이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라고 본다. 내가 이제 와서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할 수 없지만, 중국 언론이 다가오는 이유는 과거에 서방 언론에 얻어맞은 상처가 있다 보니 우리 프로그램이 중국을 긍정적으로 다뤄준 것 때문이다. 인권문제, 소수민족 문제, 환경 문제, 중국 위기론 등, 중국은 서방언론에 피해자다. 좋은 면도 있는데 나쁘게만 보았던 면도 있다. 우리 프로그램에도 분명 그런 점들은 짚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워낙 상처가 깊다보니 그렇게 반응이 오더라.

Q. 중국 언론에서는 무엇을 궁금해하던가.
박진범 PD : 대다수가 그동안 외국매체들이 중국을 부정적으로 다룬 것과 달리 긍정적으로 다루게 된 이유를 묻는다. 다분히 목적성을 가진 질문이다(웃음). 또 기획의도에 대해서도 묻는데, 아마 그들이 원하는 답이 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KBS가 ‘슈퍼차이나’를 만든 목적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 점을 주로 확인시켜주는 인터뷰가 됐다. 사실 중국에 대해 과찬했다고 하는 반응들은 의외였다. 만드는 사람이라 그 틀에 갇혀 있다보니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Q. 국내에서도 중국을 너무 찬양만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박진범 PD : 프로그램이 나가고나면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시청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모든 뜨거운 관심이 제작자 입장에서는 신날 수 밖에 없다. 격려가 된다. 아무래도 무반응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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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칭화대 후안강 교수의 ‘슈퍼차이나!’ 발언에 대해서도 이야기들이 있다. 무엇보다 제목을 ‘슈퍼차이나’라고 설정한 이유도 궁금하다.
박진범 PD : 후 교수의 강의는 학교 다닐 때 들은 적이 있다. 그의 강의는 유학생들이 들으려 애쓰는 인기강의다. 자료가 풍부하다. 또 후 교수의 이야기들이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다. 그는 항상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 한다. 프로그램의 제목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슈퍼차이나가 단순 명쾌해서 그렇게 결정했다. 그럼에도 또 후 교수가 그렇게 질러버렸음에도, 사실 우리 다큐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중국은 이미 슈퍼차이나다’라거나 ‘곧 슈퍼차이나가 될 것이다’는 아니었다. 6개 프레임을 놓고 중국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를 점검해보는 것이 목표였다. 돈의 힘에서는 중국이 거의 확실하게 슈퍼파워가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문화력 즉 소프트파워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분야별로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

Q. 끝으로, 그간 중국통으로서 우리 미디어가 중국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 아쉽다 여겨진 부분이 있다면.
박진범 PD : 한국 매체가 중국을 다루는 방식은 양극단이랄까. 그래서 중국인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데, 일단은 외교안보, 북한과의 문제와 연관돼 주로 다루고 있고 또 다른 하나는 흥미 위주로 자극적이고 기괴한 해외 토픽류로 다룬다. 넓은 땅덩이의 나라이다 보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너무 흥미 위주로 다루다 보니 오히려 중국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이제 언론사 내에도 중국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요즘 베이징에 나가있는 한국 특파원들의 수는 워싱턴과 비슷하다. 또 과거에는 (언론인들이) 자녀교육을 위해 미국이나 유럽으로 많이 나갔는데 요즘에는 좋지 않은 공기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택하는 이들도 늘어난다. 그러다보면 점차 바뀌지 않을까 한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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