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 이승철/사진=텐아시아 사진DB, 이승철 프로필
가수 아이유, 이승철/사진=텐아시아 사진DB, 이승철 프로필
"아이유, 이승철 노래는 피했어야"…'네버 엔딩 스토리' 조금 아쉬운 이유 [TEN스타필드]
《이민경의 송라이터》
현직 싱어송라이터인 이민경 기자가 음악인의 시각에서 음악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곡의 숨겨진 의미부터 들리지 않는 비하인드까지 분석합니다.


실력 면에서 여성 보컬 중 최고로 꼽히는 가수 아이유도 대선배 이승철을 이기지는 못했다. 아이유가 지난 27일 발매한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셋'의 타이틀 곡 'Never Ending Story'(네버 엔딩 스토리)에 대한 얘기다. 이 곡의 편곡이 아이유 보컬의 매력과 원곡의 감정선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오후 2시 기준, '꽃갈피 셋' 수록곡 전곡이 멜론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Never Ending Story'는 1위를 기록했다. 수록곡 '네모의 꿈'은 7위, '빨간 운동화'는 21위, '10월 4일' 34위, 'Last Scene (Feat. 원슈타인)' 37위, '미인'은 55위를 기록했다.
사진 제공=EDA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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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Never Ending Story'에 대해서는 편곡이 아쉽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음악 제작자 등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네모의 꿈', '미인'이 오히려 더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노래가 다소 밍밍하다", "아이유 보컬의 매력이 하나도 살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왔다. 아이유는 그간 'Love wins all', '아이와 나의 바다' 등 감정을 쏟는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는데, 'Never Ending Story'는 이런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이유가 성량이나 감성이 부족한 가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평이 나오는 이유는 곡의 편곡 방식에 있다. 디즈니 감성의 잔잔한 편곡이 대중적으로는 호평받았지만, 아이유 특유의 보컬 매력을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락 발라드인 원곡은 이승철의 감정을 충분히 받쳐줬지만, 이번 리메이크의 절제된 편곡이 아이유가 감정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게 만들었다.

20년 이상 음악 업계에 몸담아 온 한 음반 제작자는 "이승철의 곡은 리메이크를 해서 잘했다는 소리를 듣기 어렵다. 이승철의 해석력(감성)을 넘어설 수 있는 가수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텐아시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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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Ending Story'가 원곡과 다른 방향으로 리메이크하기 어려운 건 곡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이 곡은 일반적인 대중가요와는 결이 다른, 곡 발매 당시로서는 실험적인 스타일의 곡이었다.

이 곡은 중독적인 멜로디나 반복 구간 없이 감정이 흘러가듯 쌓인다. 곡의 하이라이트인 후렴에서도 특정 부분의 반복이 없다. 곡 초반 저음부터 하이라이트인 고음까지 감정의 흐름을 설득력 있게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가수로서 소화하기에 난도가 높다. 업계에서는 "이승철이기 때문에 이 곡이 명곡이 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리메이크의 핵심은 단순한 재현에 있지 않다. 원곡과는 다른 새로움에 있다. 아이유는 이를 편곡으로 시도했지만, 곡의 매력도 아이유의 매력도 온전히 살리지는 못했다. 비록 음원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오늘날 최고의 여성 솔로 가수로 꼽히는 아이유가 최고의 남성 보컬 중 하나로 꼽혔던 이승철의 명곡에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로 이번 리메이크에는 큰 의미가 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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