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문화 콘텐츠 대홍수의 시대다. 소비자들은 더이상 하나의 콘텐츠를 씹고 뜯고 맛보지 않는다. 작금의 콘텐츠는 한번 머금었다 뱉어지거나, 휘발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눈 앞에 새롭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쏟아지는 탓에 한 작품을 두고 깊게 사유하거나 곱씹을 기회를 좀처럼 잡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최근 공개되는 콘텐츠들은 소비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른바 MZ세대라 불리는 2~30대들 사이에서 OTT 중심 콘텐츠 소비 패턴이 만연했고, 치열한 무한경쟁 속에서 앞다퉈 신작을 내놓는 OTT 플랫폼의 행태는 파이를 서로 갉아먹는 제로썸 게임에 가깝다는 것이다.
짧아진 것도 그렇지만, 소비하고 있는 콘텐츠가 제각각이라는 것도 특징이다. A는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보고, B는 디즈니+의 '비질란테'를 챙긴다. C는 웨이브 '거래'를, D는 티빙 '운수 오진 날'을 보며 스릴에 빠진다. 애플tv, 쿠팡플레이, 왓챠 등 OTT만 따져도 동시간대 신작들이 범람하고 있다. 이밖에 케이블 채널 SBS Plus-ENA '나는 솔로'를 보고 KBS 대하사극 '고려 거란전쟁'을 즐겨 보기도 한다. 나아가 최근 예능판은 유튜브가 삼켜버렸다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이는 문화 콘텐츠 관련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된 안건이나 정서를 갖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사회가 극단적인 다원주의로 향하고 있는 것과 이같은 문화 콘텐츠의 흐름은 무관하지 않다. 사람은 알게 모르게 보고 듣는 것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콘텐츠 홍수 속 소비자들은 각기 다른 것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한다.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TV 드라마나 영화 등이 한 번 흥행에 성공하면 적어도 몇 달, 길게는 1년까지도 영향이 이어졌다"며 "콘텐츠에서 파생된 여러 사안 관련 사회적 열풍이 불고,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가질 만한 대스타가 탄생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절대적인 큰 흐름의 트렌드가 생기거나, 전 세대를 아우르는 스타가 탄생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콘텐츠 자체만 보더라도 예전에는 한 작품을 씹고 뜯고 맛보는 경향이 컸다면, 지금은 단발성으로 즐기는 것에 그치는 흐름이 주를 이루는 듯 싶다"고 봤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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