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의 혹평 포인트 셋
외면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면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1일 개봉한 '가문의 영광: 리턴즈'(감독 정태원, 정용기)는 '시대착오적이다', '웃음이 없다'는 혹평 세례를 받고 있다. 지난 26일 정태원, 정용기 감독은 매체 인터뷰를 통해 '가문의 영광'의 혹평에 의구심을 품으며, 아쉬운 내색을 비췄다.
다수 매체에 따르면 그는 인터뷰에서 "전편들에 비해 흥행이 안 된 것은 SNS 때문인 거 같다. (흥행에 성공한) 1편도 당시 관객들에게 일부 혹평을 받았었는데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살며 수많은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거 같다"고 말했다.
과연, '가문의 영광'의 실패가 'SNS' 때문일까. '진경' 캐릭터를 능동적인 여성상으로 바꾸었고, "젊은 세대의 의견을 수용해 편집"했다고 언급했지만, '가문의 영광' 안에서 그런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 시각이 다를 수는 있다. 누군가는 '가문의 영광'에서 과거의 추억이나 향수를 되찾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지금 대중의 평가는 차갑다 못해 싸늘하다.
!['가문의 영광' 안 웃기게 만들어놓고 관객·기자탓한 정태원 감독…자기 반성 어디갔나[TEN스타필드]](https://img.tenasia.co.kr/photo/202309/BF.34636730.1.jpg)

그러나 '가문의 영광'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 당연히 영화 제작에는 그만한 노력이 들어가고 그들을 존중하는 것도 맞다. 정태원 감독의 말처럼 "20년 전부터 이어진 시리즈인데 연민을 가지고 봐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하기에는 영화는 대중 예술이고 엄연히 관객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고 평가받아야 한다. '가문의 영광'이 정말로 혹평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여성상을 현시대로 바꿨다" 부모 강요 의해 상견례를 하는 '진경' 캐릭터. 과연 주체적인가?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는 것도 없기에 두 사람은 이른바 '해프닝'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젊은 두 남녀의 의사와는 달리 '가문의 영광'에는 '장씨 가문'의 입김이 작용한다. 유명한 드라마 작가인 대서의 사무실로 다짜고짜 찾아온 장석재(탁재훈)과 패거리들은 "내 동생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언급한다. 물론, 여동생을 끔찍하게 아끼는 오빠의 입장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낸 남자가 원망스러울 수 있다.

백번, 양보해서 상견례를 나간 대서가 진경과 어떻게든 이 사태를 해결해보려는 시도는 그나마 인정한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얼굴도 못 보고 결혼하는 신랑, 신부도 아니고, 이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 더욱이 대서에게는 6년 만난 여자친구 유진(기은세)까지 있다. 대서의 여자친구는 일본인 남자친구 얏빠리(추성훈1)와 바람을 피우는 사이로 등장한다. 하물며 유진은 대서의 해프닝에 관심도 없는, 돈과 명품만 밝히는 속물이다. 그러니까, 당사자인 대서와 진경이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에서 당사자들은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것이다. 정태훈 감독이 말하는 현시대 여성상을 반영했다는 지점은 일종의 어폐이며 불쾌감만 조성한다.
2) 상징과도 같던 기존의 캐릭터들이 찝찝하게 느끼지는 이유는?

시즌 1의 내러티브를 고스란히 가져온 시즌6의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왜 이렇게 외면 받는 것일까? '가문의 영광 1' 역시 진경(김정은)이 대서(정준호)와 하룻밤을 보내며 해프닝에 휘말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의 엘리트인 시즌 1의 대서는 시즌 6에서 잘나가는 작가로 바뀐다. 기존의 틀은 크게 변한 바 없지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유는 엽기적인 여자와 순종적인 남자 혹은 돈 많은 재벌가 남자와 가난한 여자가 나오는 로코물이 사라진 이유와도 맞붙는다. 2000년대 초반, '동갑내기 과외하기', '엽기적인 그녀' 등의 작품을 살펴보면 당시에는 맞지만, 지금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많다. 2000년대 중반의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등의 작품들이 지금 다시 보면, 오글거린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김수미 배우가 연기하는 홍덕자 회장은 본래부터 욕쟁이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이번만큼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기존에도 맥락 없는 욕을 했었지만, 지금은 찝찝함을 남기는 까닭은 시원하지 못해서다. 다시 풀어서 말하면, 통쾌하거나 시원한 느낌보다는 강요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탁재훈이 맡은 장석재도 마찬가지다. 종면(정준하)가 하는 농담에 "넌 이게 재밌냐"라고 말하는 탁재훈의 대사는 마치 관객들에게 되묻는 듯하기 때문이다. 덤앤더머처럼 허당기가 넘치는 두 캐릭터는 늘 엇박자고, 어째선지 철 지난 생선처럼 웃기지 않다.
3) 갑작스러운 마약 소재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소비되는 캐릭터들

물론 대서와 진경의 운명적인 사랑을 위해서 홍회장이 큰 그림을 그렸을 수도 있고, 장르의 재미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성인 남녀의 결정권이 한 사람에 의해 지배되었다는 것이 일반 대중들에게 설득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그 과정 자체가 매끄럽지 않다. 왜 하필 대서였는지와 진경의 결혼이 급한 것도 아니고,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왜 이 결혼이 필요했느냐는 지점이다. 결혼 자체의 목적성이 없다. 시즌 1에서 엘리트 집안에 똑똑한 대서로 가문의 이미지를 바꾼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번 시즌6에서 대서의 직업은 드라마 작가다. 진경 역시 관련 업계에서 일하고, 원래부터 동경해오던 작가였으니 둘의 만남이 필연적이었다고 치자.
여기서 의문은 갑자기 몸집을 키워 얼굴을 내민 마약이라는 소재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마약은 대서의 여자친구 유진이 바람 피는 대상인 얏빠리의 사업 아이템이다. 클럽 안에서 마약을 먹고 웃고 떠드는 장면들은 맞지 않는 옷처럼 기시감이 든다. 홍회장의 가문이 따로 마약을 취급해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굳이 등장할 필요가 없는 장면이다. 불법으로 마약을 들여온 것은 홍회장의 신고와 진경의 발차기로 마무리된다. 추성훈이 연기한 캐릭터도 별 의미 없는, 소비되는 캐릭터에 지나지 않는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대서와 진경의 인격은 처참히 무시 받고 농락당한다. 때문에 진경과 대서가 서서히 스며들어서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 전혀 감동적이지 않다.
영화란 많은 스태들의 인력과 자본이 들어가는 몸집이 큰 예술이다. 거듭해서 "김수미 배우의 요청"이 있었다고 말하던 정태원 감독. 그럼에도 '가문의 영광'은 2023년 세상 밖으로 나왔다. 자기 객관화가 되어있지 않은 정태원 감독의 말에서 우리는 이전의 영광은 사라진 궤변만을 마주할 뿐이다. 추석 맞이 코미디 영화를 추구했더라면, 웃기기라도 했어야 했는데 그 조차도 미흡했다. SNS와 기자들의 악평 탓이라기엔 '가문의 영광'의 변명은 너무 구시대적이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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