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의 대세가 ‘리얼’이라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2, 3년 사이 DJ DOC, 리쌍, 슈프림팀 등 힙합 뮤지션들이 예능에서 특유의 거친 캐릭터와 센 토크로 주목받았다면 최근 예능의 ‘새로운 피’는 록스타들이다. 흔히 ‘록 스피릿’이라는 단어로 설명되는 장르 자체의 강렬한 아우라와 세상에 순응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태도가 이들의 특징이다. 그래서 ‘라디오스타’의 박정규 PD가 박완규에 대해 “녹화 분위기에 적응할 생각을 안 하더라”는 후문을 전한 것은 언뜻 부정적인 코멘트 같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고 이어지는 설명은 전혀 다른 의미를 담는다. ‘방송’의 흐름에 맞춰 내용이나 수위를 조율하는 보통의 연예인들과 달리, 자신의 음악관을 진지하게 설파하는 박완규가 의외의 재미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즉 편집과 자막, CG 등의 사후적인 보완 장치만 보장된다면, 박완규 같은 게스트는 오히려 더 다양한 관점을 쇼에 담아낼 수 있는 이상적인 게스트인 셈이다.
‘리얼’에서 더욱 돋보이는 록스타

그래서 tvN 제작진이 “록스타들의 틀에 갇히지 않은 정직함을 담아낼 수 있다면 우리 리얼리티 쇼는 성공한 것”이라는 기획의도 하에 섭외한 신해철은 성공적인 첫 무대를 선보인 직후 아이처럼 으쓱거리며 객석의 아내에게 달려가 입을 맞췄다. 의 안소연 PD는 첫회 게스트였던 유현상에 대해 “본인은 진심으로 위엄을 갖추고 있는데 젊은 시청자들은 그 맥락을 모르기 때문에 더 재밌는 분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리고 본인도 그에 대해 불쾌해하기보다는 젊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게 된 것을 반긴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래로, 무대로 모든 것을 말해 온 록스타들은 지금 예능이라는 새 무대에서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고 있다.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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