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박정민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박정민이 배우이자 출판사 사장으로 바쁘게 일하고 있는 근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얼굴'의 주인공 박정민을 만났다.

'얼굴'은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인 아버지 임영규의 아들 임동환이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의 백골 시신 발견 후 그 죽음 뒤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박정민은 1인 2역을 맡아 아버지 임영규의 젊은 시절, 아들 임동환의 현재를 연기했다. 젊은 임영규는 시각장애를 가졌지만 도장을 파며 성실히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임영환은 어머니가 백골로 발견되면서 어머니 죽음의 진실을 찾기 시작한 아들이다.

박정민은 '안식년' 선언이 무색할 정도로, 왕성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와 출판사 대표로 '투잡'을 뛰고 있는 것.

박정민이 안식년을 선언했던 건 "계속 촬영장에만 가는 게 박정민이라는 개인한테 과연 좋은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는 "촬영 스케줄에 치이다 보면 사람이 열심히 안 하게 되더라. 사람이 잠도 자고 싶고 놀고도 싶고 누워있고도 싶은데, 그러다 보면 놓치는 신들이 생겼다. 대충하는 순간들을 스스로 발견하는 거다. 양심에 찔리고 거짓말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쉬어볼까 했다"고 전했다.

다른 일도 해보니 어떠냐는 물음에 "'촬영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후회하진 않는다. 그런데 느낀다. 확실히 본업할 때가 제일 좋구나"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그래도 "연기가 아니라 다른 일들을 좀 하면서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다. 충분히 제가 의도했던 시간을 보낸 거 같다"며 만족했다.

박정민은 출판사 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북토크쇼, 도서전에도 참가했고,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나와 출판사 대표로서 일상도 일부 공개했다. 그는 "결국 또 사업이 끼다 보니 내 발로 뛰어야 하는 부분들이 많더라. 찾아주는 곳에 다 나가야 하더라. 작가님들도 모셔야 하는 입장에서 그 분들의 결과물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뒷방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아서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입장에선 꽤나 좋은 결과가 있었다. 올해 출판사 하면서 여기저기 나가서 홍보도 하고 출판사 브랜딩도 했다. 그런 과정들이 좋았다. 앞으로는 그렇게 열심히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불안하다. 차차 생각해봐야 하는데, 열심히 해서 기분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뿌듯해했다. 출판사 운영의 모토에 대해서는 "세상에 나와야만 하는 책, 들여다봐야 할 책을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저희도 제대로 한 지가 얼마 안 됐다. 계속 회사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인데, 최대한 '착한 회사'가 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투잡을 뛰다 보니 연기자로서 자신을 서포트해주는 주변인들에 대해 역지사지로 생각해보게 됐다. 박정민은 "배우를 하다 보면 배우 일만 하면 된다. 연기를 제외한 다른 일들은 누군가 해준다. 현장에서도, 소속사에서도 연기를 잘할 수 있게 누군가 서포트해준다. 특히 롤이 커질수록 누군가가 계속 케어해주고 촬영에 지장 없게 신경 써준다. 그걸 제가 반대로 하게 된 거다. 조금 더 글을 잘 쓸 수 있게, 마음이 상하지 않게, 다치지 않게 신경 썼다. 그런 부분들을 조금씩 이해해가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그걸 제가 알았다고 해서 착해지거나 성격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서포트하는 사람들의 일들을 조금 알았던 거 같다"고 전했다.

박정민은 뮤지컬과 연극의 특성을 모두 지닌 새로운 공연 장르 '라이브 온 스테이지' 무대에도 서기로 했다.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연극을 2017년인가 했다. 전에도 작은 연극들을 해오다가 처음으로 큰 무대에서 연극을 해봤다. 무서워서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섭외 제의가 왔던 모든 무대를 거절했다"고 고백했다. 당분간 안식년을 가지겠다고 선언했었던 박정민은 "제가 올 한해 좀 쉬겠다고 말씀드렸는데"라면서 "그냥 제가 근사해 보일 것 같았다"고 솔직히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이어 "오랜만에 재미도 있을 것 같고 한다고 하면 근사해 보이지 않겠나 싶었다"며 웃었다. 두려움이 사라졌냐는 물음에 "무서운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니다. 제가 그 작품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한다. 사실 거절하는 게 맞겠지 싶었는데, 고민하다가 유튜브로 공연 실황 영상을 봤다. 신기할 정도로 좋더라.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소속사 선배이자 무대 연기 베테랑인 황정민의 반응에 대해서는 "'라이프 오브 파이' 제안이 들어왔을 때가 제가 촬영차 라트비아에 있을 때다. 저희 대표님한테 전화 왔길래 고민이 된다고 했다. 정민 선배님이 그때 대표님 옆에 계셨는데 '하지 말라 그래. 내가 할 테니까'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해 폭소케 했다. 이어 "꼭 했으면 좋겠단 마음으로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얼굴'은 지난 11일 개봉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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