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우는 제주도 파견이 공적 결정이라는 진하경에게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속은 뒤숭숭했다. 준비할 시간도 없이 당장 내일 내려가라는 고봉찬(권해효 분) 국장을 말리는 하경의 애매한 태도는 그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래서 결국 "왜 자꾸 이랬다 저랬다 사람 헷갈리게 해요"라고 예민하게 반응했다. 마음의 온도 1도 차이에 사소한 말 한 마디, 작은 표정 하나에도 예민하고 취약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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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경은 한기준에게서도 "공과 사 구분한다고 할 때마다 너 진짜 되게 권위적이야"라는 말을 듣곤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나는 나예요. 과거에 연애했던 한기준이 아니라 나라고"라던 이시우의 마음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적당히 안정적인 게 좋은 진하경은 그 선을 넘어가는 순간,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불안했다. 그래서 "이런 나랑 이렇게 적당히라도 갈 수 있을지 없을지, 없을지 생각해보라"며 이시우에게 결정권을 넘겼다. 두 사람에게 서로는 날씨보다 더 예측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이시우가 제주도로 내려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총괄 2팀으로 그의 부상 소식이 전해졌다. 많이 다쳐 병원에 실려갔다는 소식에 가장 충격을 받은 이는 누가 뭐래도 진하경이었다. 곧바로 한기준을 찾아가 후회의 눈물을 쏟으며 "이게 다 너 때문"이라고 탓도 해봤지만,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이시우와의 사이에 정체전선이 생긴 건 그의 비혼주의 때문이 아니라, 너무 뜨거워지면 감당하지 못 할까 끓는점까지 그 마지막 1도를 올리지 않고 있었던 자신 때문이라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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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사람들' 12회는 20일 밤 10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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