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마흔하나. 그러나 유준상은 여전히 ‘발견되는’ 배우다. 올해 개봉한 두 편의 영화 와 에 출연한 그는 선명한 캐릭터를 전형적이지 않게 연기하거나 혹은 특별할 것 없는 인물의 다양한 얼굴을 세밀하게 포착하면서 연기의 스펙트럼을 횡으로 넓게 펼쳤다. 캐릭터가 주는 신선함 외에도, 두 편의 영화는 저예산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를 찍을 때는 홍상수 감독에 대한 믿음과 애정만을 담보로 개런티 없이 출...
처음엔 스페인어쯤 되나 했다. 올레, 라니 플라멩고 무희가 손뼉을 치며 나타나거나, 붉은 기를 흔드는 투우사를 향해 성난 소가 돌진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제주올레, 에서 '올레'는 그곳 방언으로 도로에서 집 앞 대문까지 이르는 작은 길, 을 뜻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마침내 집으로 당도하는 길 혹은 부푼 마음을 안고 비로소 세상으로 나가는 길. 제주의 속살로 향하는 도보여행코스, 올레길을 처음 만든 서명숙씨는 자신의 책 (북하우스)에서 “당...
귀척 [명사] 1. 보는 이로 하여금 거북함을 느끼게 하는 행위 2. 귀여운 척을 하는 동작에 대한 줄임말 '귀여운 척을 하다'를 축약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고 있다. 행위자에 대한 강렬한 불신과 원망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동작을 수식하는 부사를 선택할 때도 '매우', '몹시', '굉장히', '퍽' 과 같은 표준어에서 고르기 보다는 보다 부정적인 느낌을 공고히 해 줄 수 있는 비속어 '쩔다'를 덧붙여 주는 것을 권한다. 아...
MBC 저녁 6시 30분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고 했던가. 마이너리티로 출발했던 은 아직도 그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한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계속해서 도전의 영역을 무한히 열어둠과 동시에 소외받는 것들에 대한 애정 표현을 멈추지 않는다. 지난 아이템이었던 ‘여드름 브레이크 특집’에서 철거 직전의 건물들이 자아내는 기묘한 분위기를 포착했던 이들은 오늘은 오래간만의 가요제 장소로 올림픽 대로를 선택했다....
리얼리티 다큐 프로그램을 주로 방송하던 Q채널이 7월 11일부터 QTV로 새롭게 출범한다. 다만 채널의 명칭만 바꾼 것이 아니다. 앞으로 QTV에서 방영되는 모든 프로그램은 논픽션을 기본으로 하되, 그 성향은 보다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운 것이 될 전망이다. 7월 2일,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 세부적인 실체를 밝힌 QTV는 비록 콘텐츠의 성격은 낯익은 것일지라도 그것을 편성하는 방식에서는 채널의 특성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Nick 밤 9시 30분 많은 소녀들이 어린 시절 인어에 대한 판타지를 키우며 자란다. 어제부터 방송을 시작한 는 호주의 골드 코스트를 배경으로 인어에 대한 상상을 친근하게 풀어낸 어린이용 드라마다. 평범한 16살 소녀 엠마, 클레오, 리키는 어느 날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연료가 떨어지는 바람에 우연히 '마코'라는 신비로운 섬에 도착한다. 우여곡절 끝에 섬을 탈출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세 명의 소녀는 물이 몸에 닿으면 하반신이 물고기...
아쉬운 시리즈가 있어 소개한다. ABC에서 10편의 에피소드만을 방영한 후 조기 종영된 ( )는 수사물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괴짜들로 가득 찬 캐릭터 스터디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시리즈는 연기파 배우들로 가득한데, 특히 HBO의 팬들이 좋아할 것 같다. 는 물론 ABC 시리즈 와 영화 , 등으로 잘 알려진 해롤드 페리뉴가 리오 뱅스 형사로 출연하고, 역시 에 출연했던 연기파 배우 테리 키니가 경사 하비 브라운으로 나온다...
사람은 두 개의 눈을 통해 원근감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원근법의 시선 안에서 세상은 전경과 배경, 중심과 가장자리,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된다. 하나에 집중하면 나머지는 흐릿해지는 것이 우리 눈이 입체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그 흐릿한 배경은 결코 무의미하진 않지만 결정적 의미를 갖는 건 포커싱된 전경이다. 특히 회화에선 더더욱. 가령 푸생의 와 같은 작품에선 네 명의 양치기가 중심에서 만들어내는 구도에 시선이 쏠리고 신비...
낯선 곳에서 눈을 떴더니 어두운 창고 안이다. 눈 앞에는 빨간 옷과 파란 옷을 각각 입은 두 남자가 있다. 그런데 둘 중 한 사람을 죽여야 한다. 한 쪽은 어머니를 죽인 범인, 다른 한 쪽은 죽은 줄 알았던 친아버지다. 테이블 위에는 총알이 단 한 발만 들어 있는 권총이 있다. 주어진 시간은 고작 60분이다. 그 시간 안에 친아버지를 찾고 범인을 죽이지 않으면 소중한 사람이 죽게 된다. 궁극의 선택을 요구하는 이 상황은 실로 '악마의 게임'이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연애를 하지 못하도록 마음에 철벽을 쌓고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 연애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래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여기 각자의 연애 타입을 알아 볼 수 있는 질문지가 있다. 정직하게 답하고 냉정하게 분석하자. 본인의 타입을 파악한 후에는 4개년 계획을 세워서 마음의 철벽을 부수고 사랑의 운하를 파자. 그 물길 위에 에로스의 조각배를 띄워 보내자...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라는 유행가 가사가 그토록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사랑이 지우고 고쳐 써야 할 만큼 어렵다는 전제에 다수의 대중이 공감했기 때문이리라. 특히 에 등장하는 두 남녀에게 사랑이란 프랑스어로 출제된 과학문제처럼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는 난수표다. 시청에서도, 전쟁터에서도, 사막에서도 사랑을 하는 보통 드라마의 주인공들과 달리 매일 마주치면서도 도무지 연애의 힌트를 찾지 못하는 두 주인공이 신장개업한 연애 상담소 '2번 ...
한동안 블록버스터와 전문직 드라마, 장르물을 지향하는 드라마들이 쏟아졌던 한국 드라마 계에서 연애는 이야기를 흐려 놓는 '몹쓸 코드'로 취급받곤 했다. 그런데 MBC 과 KBS 는 근래 드물게 연애를 비롯한 감정과 관계를 중심으로 그려내는 작품들이다. 순정만화적인 캐릭터와 팬시한 영상을 보여주는 , 건조하면서도 개성 있는 인물들이 각자의 삶을 사는 방식을 흥미롭게 비춰내는 의 다르면서도 통하는 지점에 대해 가 주목했다. 의 답 없는 솔로들이 의...
“배고프다고 아무거나 먹지 말라”는 뼈에 새길만한 명대사를 남겼던 가 뮤지컬로 탈바꿈한지 벌써 햇수로 3년이다. 그동안 수많은 뮤지컬배우와 김지우, 앤디, 손호영 등의 연예인들이 거쳐 간 그 무대에 2년 전 초연멤버들이 다시 모였다. 새롭게 정준 역을 맡은 이진규가 “잘해봤자 본전”이라고 던진 우스갯소리가 쉬이 들리지 않는 뮤지컬 의 프레스콜이 7월 1일 대학로 PMC자유극장에서 열렸다. 뮤지컬 는 장진영, 엄정화가 출연했던 2003년의...
김윤석은 딱 하나로 소급되는 첫 인상이 없는 배우다. 그건 그 기억이 희미하다는 걸 뜻하는 게 아니다. 매우 많은 사람들은 포악한 가운데 사내다운 집념이 느껴지는 의 출장 안마 사장 중호를 그의 첫 이미지로 받아들였지만,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저음의 전라도 사투리가 인상적인 의 카리스마 강한 타짜 아귀로 그의 첫 모습을 기억한다. 그보단 적을지라도 좋은 연기를 쉬이 흘려보내지 않는 관객이라면 에서 폭력적이면서도 약하고 무기력한 동구 아버...
나이가 들어서도 치고받고 싸우느라 바쁜 두 형제와 늘 고향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노부모가 있다. 형제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3년 동안 아버지와 말 한번 섞지 않았지만, 고지식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면서 극적 화해를 일궈낸다. 뮤지컬 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주인공 이름만 바꿔서 MBC 주말 드라마로 들어간다고 해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내용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클리세를 집어넣은 듯한 내용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