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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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가 '30돌'을 맞았다. 개막작 주역인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부터 경쟁 부문 심사위원 한효주, 화제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메기 강 감독도 참석했다. 블랙핑크 리사는 게스트로 레드카펫에 깜짝 등장해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 이외에도 개막식에는 한소희, 전종서, 신예은, 김유정, 하정우, 김동욱, 정수정 등도 함께했다.

17일 오후 6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많은 영화계 스타들 및 관계자들이 개막식에 참석했다. 사회는 개막작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의 주인공이기도 한 배우 이병헌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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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30년 전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시작된 작은 꿈이, 이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가 됐다. 그 여정을 함께해온 여러분,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오시는 분들 모두 반갑다"고 인사했다. 이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도 신기하다. 저는 91년도에 데뷔했는데 95년에 첫 영화를 찍어서, 올해로 30년 차 영화배우가 됐다. 공자의 글귀 중에 '삼십이립'이 있다. 서른에 비로소 선다는 뜻이라고 한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인생의 정오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30년이 돼서야 이제 조금 배우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또한 "신기하게도 부산영화제도 저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다. 저와 같이 성장한 거다. 그 긴 여정 중에도 특별히 기억나는 몇몇 순간들이 있다"고 돌아봤다.

큰 스크린에는 이병헌의 부산영화제 참석 순간이 담긴 영상이 재생됐다. 이병헌은 "저도 처음 왔을 때 여러분처럼 관객석에서 어떤 영화가 상영될까, 나도 언젠가 저 무대에 올라갈 수 있을까 기대를 가졌던 사람이었다. 오늘 이렇게 제가 이 무대에 서 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은 여러모로 우리를 바꿔놓지만 무엇보다 영화 앞에서 느끼는 설렘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영화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건 모든 이야기는 시작이 있다는 것, 그리고 오늘 밤 우리는 또 다른 시작을 함께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제30회 부산영화제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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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의 오프닝에 이어 까멜리아상 수여가 진행됐다. 배우이자 제작자이기도 한 실비아 창 감독이 수상했다. 정지영 감독은 한국영화공로상을 수상했다. 정지영 감독은 "영화 조감독부터 시작하면 50년이다. 반세기다. 저는 카메라 곁에 서 있었을 뿐이다. 카메라를 통해 담아낸 언어로 관객과 소통하고 대화했다. 그것이 제 언어였다"면서 배우들,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아시아영화인상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수상했다.이란을 대표하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반체제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아왔다. 그의 작품 '그저 사고였을 뿐'은 올해 칸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이 상은 그 싸움의 전선이 있는 모든 독립영화인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는 올해 경쟁 부문을 신설했다. 심사위원장은 나홍진 감독이다. 심사위원으로는 홍콩 배우 양가휘, 인도의 배우 겸 감독 난디타 다스, 이란의 여성 감독 마르지예 메쉬키니, 영화 '콜럼버스'(2018), '애프터 양'(2022) 등으로 유명한 감독 코고나다, 인도네시아 프로듀서 율리아 에비나 바하라, 배우 한효주가 함께한다. 이들도 무대에 올라 인사했다.
사진=부산영화제 생중계 캡처
사진=부산영화제 생중계 캡처
개막작 '어쩔수가없다'의 주역들도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박찬욱 감독은 "처음 부산영화제 만든다고 했을 때 한국에서 이게 되겠나 싶고 무모한 일이라 생각했다. 30년이 흐르고 이렇게 큰 영화제가 됐다. 제 영화가 30년 되는 해에 개막작으로 상영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손예진은 "오랜만에 부산에 오게 됐는데 우리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오늘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기뻐했다. 다행히 비가 그친 날씨에 손예진은 "오늘 이 공기(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비가 오지 않는 것도 행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에서 처음으로 보여드리게 됐는데, 베니스에서 상영할 때보다 설레고 떨린다"고 전했다.

박희순은 "우리 영화는 블랙 코미디다. 가장 극적인 순간에 가장 강력한 코미디가 나온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할 수 있다. 어쩔 수가 없다. 블랙코미디의 묘미다. 우선 저는 웃는 걸 추천드린다. 웃으라고 만들었다. 웃고 즐기고 집으로 돌아갈 때 '고추잠자리'를 들으며 우리 영화를 생각해달라. 짙은 페이소스를 느낄 것이다"고 소개했다. 이성민은 "저 역시 떨리고 설렌다. 영화 재밌게 봐주시고 저희 영화 많이 볼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며 설레는 마음을 표했다. 염혜란은 "제가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영광스러운 순간이다"며 행복해했다.

이병헌은 "30년 동안 연기하면서 저도 사실 늘 바랐던 일이다. 현실이 되니 벅차고 새롭다. 제가 처음 여기 왔을 때 설렘을 여러분에게 선물로 드릴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이 자리에 여러분이 계셔서 영화와 배우가 존재한다는 걸 잊지 않겠다"며 개막식을 마무리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부터 26일까지 10일간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를 중심으로 열린다. 올해 영화제는 64개국 328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부산=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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